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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투자규제, 미중관계 파장은…칼자루는 옐런 손에

▶ 美 자본흐름 규제 상징성 커, 구체사항은 모호…재무부 재량 클듯
의회의 대중국 강경파 압박도 변수…자본투자 규제대상 넓힐수도

▶ 규제범위 놓고 부처간 격론도…WP “국방부 달리 재무부, 적용대상 국한 옹호”
여러차례 의견수렴 거쳐 시행시기 내년 예상…美 후속 조치 주목

9일 발표된 첨단 반도체, 양자 정보 기술, 인공지능(AI) 등 3개 영역에 대한 미국의 대(對)중국 투자 규제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시대’ 미중관계의 향배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산업 전반에 걸친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재앙적”(7월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발언)일 것이라고 배제했다. 대신 중국의 국방력 강화로 연결되는 일부 첨단 기술 영역에서 중국을 배격하는 디리스킹을 최근 공식화했다.

디리스킹 기치에 따라 중국을 배제하는 영역을 좁히고 표적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이번 행정 명령에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중국은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10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이 고집스레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내놓은 것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미측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관련 동향을 긴밀히 주시하며 자신의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도 최근 고위급 대화를 다방면에서 재개한 미중 관계에 미칠 여파를 주시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지도부에는 최근 (미중) 외교관계의 훈풍 속에서도 미국이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계속 제한할 것이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투자를 피하라는 명확한 신호를 미국 재계에 보내고 있다”며 “두 강대국 간의 외교적 해빙 시도를 다시 냉각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미중 관계에 ‘태풍’이 될지, ‘국지적 소나기’가 될지는 당장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조치는 45일간의 최초 의견 수렴을 포함, 여러 차례에 걸친 공공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행정명령과 관련해 브리핑 받은 한 인사가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자본의 흐름에 족쇄를 채운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지만 시행 시기가 내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양자 정보 기술, AI 등 큰 범주는 제시됐지만 세부 규제 기준과 강도는 아직 모호한 상황인 셈이다.

기존 투자는 그대로 둔 채 신규 투자만 문제 삼기로 하는 한편 규제의 세부 사항을 모호성의 영역에 둔 것에는 미중 관계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등 3개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규제의 재량권을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부여한 것이 눈에 띈다.

행정명령은 “미국인이 미국에 극심한 안보 위협을 가하는 특정 기술과 제품 관련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들을 재무부 장관이 발표한다”고 소개했다.

재무부와 옐런 장관은 이번 대중국 투자 규제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비둘기파’ 역할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WP는 “수개월간 중국에 대한 제한 조치의 범위를 놓고 집중적인 논쟁이 있었다”며 “미 재무부는 지속적으로 적용 대상을 좁히는 접근법을 옹호했고, 국방부는 넓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작년 말 그 논쟁은 전기 자동차와 생명공학 분야를 제외하는 등 규제 대상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며 재무부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논의 과정을 소개했다.

대중국 투자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할 옐런 재무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결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상대적으로 대중국 접근 기조가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국 조치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인물인 만큼, 중국에 대한 접근에서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에 비해 이념적 색채가 덜하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재무부가 발표할 후속 규제 내용과 함께 미국의 조치가 내년부터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도 적용 대상 국가를 정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제 미중관계에 미칠 파장을 ‘물음표’의 영역에 남긴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미중 모두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실탄’을 장전했으나 발사 시기와 공격의 강도는 향후 미중관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의회의 움직임도 변수다.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은 성명을 통해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공세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행정부는 움츠러들고 있다”며 “국가안보를 희생해가며 산업계에 유화정책을 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과 연결되는 의회의 관련 법규 마련 과정에서 맥콜 위원장과 같은 대중국 강경파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 의회에서는 대중국 투자시 신고 대상을 초음속 기술과 위성 기반 통신 등 이번 행정명령이 다루는 범위를 넘어서는 데까지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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