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이재명 집권 뒤 ‘러시아로 기운 한국’에 유럽 우려 커져”
송영길 특보 발탁 등이 근거
전문가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부산에서 열린 북극 항로 시범 운항 환영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이재명 대통령 집권 뒤 한국 외교가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 유럽 국가들의 걱정이 더 늘었다는 보도가 서방 유력 언론으로부터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대통령 취임 전부터 표명돼 오던 한국의 대(對)러시아 외교 기조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우려가 현 정부 출범 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가을 이후 한국과 러시아 간 관계가 “조용히 개선돼 왔다”는 한국외대 국제정치학 교수 메이슨 리치의 견해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 유관기관이 러시아 싱크탱크와 비공개 회의를 개최한 것, 이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 특사를 지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최근 평화외교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한 것 등이 한러 관계 개선의 근거로 제시됐다.
리치 교수는 FT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조현 외교부 장관 주변 인사들이 이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가는 반면 송 의원 같은 인물들은 러시아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한국의 북극 항로 시범 운항, 7~8월 한국에서 러시아로 총 17만6,000톤 이상의 석유 제품이 수송됐다는 최근 보도 등도 한국이 러시아로 기울고 있다는 유럽 측 인식을 키운 요인이다. 한 서울 주재 유럽 외교관은 FT에 “(한국은) 사실 (유럽과) 뜻을 함께하는 유사 입장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전쟁이 끝나면 곧장 러시아와 다시 거래하고 싶다는 게 그들 입장”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로 기운 한국의 행보는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최근 급속히 경색된 상황에서 더 부각됐다. 우크라이나가 잡은 북한 전쟁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다는 사실을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하고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비밀 유지 약속 위반을 문제 삼으며 양국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러 정책을 이념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실용 외교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김세미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가치 기반 외교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이고 이익이 중심이 되는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의 대러 접근법은 러시아를 무시하거나 적대시할 수 없는 강력한 이웃으로 보는 오랜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FT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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