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극적, 미국·이란 갈등 노출…합의 도출 난망한 ‘NPT 회의’

제11차 NPT평가회의도 문서 채택 불투명
치열한 군비 경쟁 속 복잡한 중동 정세 영향
美 “이란 NPT 모욕”, 이란 “美 정치로 이용”
피폭국 日, 참석자 급 낮추고 진정성 의문도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2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가 악화한 가운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27일(현지시간) 열렸지만 최종문서 채택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각국의 군비 증강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미국·이란 간 신경전이 합의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일한 피폭국으로 솔선수범해야 할 일본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이날 개최된 제11차 NPT 평가회의가 다음 달 22일까지 4주간 일정에 돌입했다. NPT 평가회의는 191개 회원국이 핵 군축과 비확산 노력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로 5년마다 열린다. 이전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1년이 아닌 2022년에 열렸다.

미국과 이란은 시작부터 이번 회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양국은 회의 첫날인 이날 이란 대표의 부의장 선출을 두고 충돌했다. 부의장은 최대 34명까지 둘 수 있으며,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란 등 26개국이 후보로 나섰다. 미국 정부 대표는 이란의 부의장 선출에 “NPT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은 (이란의 부의장) 선출 결정과 무관하다’는 점을 기록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약속을 경시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이스라엘과 함께 2월 28일 이란을 공습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국가정보회의 설치 법안이 통과하자 미소 짓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이란 정부 대표는 이에 “회의 초반부터 정치적 발언이 나온 건 유감”이라며 맞섰다. 미국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한 유일한 국가이며, 2018년 이란과의 핵 관련 합의를 일방적으로 깼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 대표는 미국을 겨냥해 “정치가 회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국제사회의 분열이 표면화됐다”며 “2022년 제10회 NPT 평가회의에서도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문서 채택이 무산됐다”고 짚었다. 최종 문서 채택이 이번에도 불발되면 2016년, 2022년 이어 세 차례 연속으로 무산되는 것이다.

국가 간 중재나 원활한 회의 진행을 도울 일본마저 소극적이어서 이번 회의에서 합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이번 회의에는 구니미쓰 아야노 외무부장관이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는데, 이전보다 급을 낮췄다. 2022년에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가 현역 총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했고, 외무장관이 참석한 것도 1995년 이후 세 차례나 된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장관이 참석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이 비핵 3원칙 개정을 검토하면서 핵무기 확산 반대 여론을 주도할 명분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핵무기를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은 1967년부터 일본 정부가 유지해 온 안보 정책의 핵심 가치로, 다카이치 총리는 이 중 ‘반입 금지 규정’을 바꾸고 싶어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총리 관저(총리실) 간부가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기도 했다. 마이니치는 “일본도 안보 환경 악화를 이유로 방위 정책을 크게 전환해 NPT 평가회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일본의 진정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