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 “암살자(들), 별 4.5개… ‘역사 왜곡 음모론’ 비난 동의 못 해”
권영은 기자
국힘 주장에 반박… “영화적으로 흠잡을 데 없다”
“영화에는 ‘육영수 피격 배후=박정희’ 묘사 없어”

29일 서울의 한 극장 내 홍보 스크린에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가 떠 있다. 뉴시스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정면으로 다뤄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을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극찬했다. 영화적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것은 물론, 그간 역사학계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져 온 의문들도 잘 표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 여사 암살 배후라는 음모론을 부추기며 역사를 왜곡한 영화’라는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의 비판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30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전 평론가는 ‘암살자(들)’에 대해 “영화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거의 없다”면서 별점 4.5점(5점 만점)을 줬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중 피격돼 숨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 당국은 ‘친북 성향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암살자가 여러 명일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
국민의힘은 ‘육 여사 암살 배후가 권력기관,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일 가능성을 암시하는데 이는 역사 왜곡’이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전 평론가는 그러나 “영화에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 배후라는 언급도 묘사도 없다”며 암살자(들)을 옹호했다. 그는 “영화를 다시 보면서 놀란 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묘사 자체를, 어떤 가치 판단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여서”라고 호평했다.
특히 전 평론가는 “이미 역사학계에서도 계속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를 해 온 걸 음모론으로 일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사건 현장 탄흔 위치와 총탄 각도 등을 볼 때 ‘제3의 저격수’가 있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다. 현장 검증 전 청와대 경호실에서 탄두를 모두 수거해 갔고, 육 여사가 맞았다던 총알 한 발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 역시 의문을 키웠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 도중 육영수 여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재일동포 문세광이 수갑을 찬 채 호송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평론가는 “(창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영화와 관련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암살자(들)’은 특별히 (창작자의) 의도를 강조하기보다는 그간 지적돼 왔던 문제점들을 영화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었어야 된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경청해야 된다”면서도 “영화가 묘사한 것들이 근거 없다고 말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암살자(들)’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는 영화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경계하는 시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전 평론가는 “어떤 분들은 영화 ‘서울의 봄’ 흥행이 계엄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었느냐고 하고, ‘도가니’ 같은 경우 영화의 성공으로 관련 법이 통과됐다. ‘택시운전사’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사적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편의 영화가 때로는 영화를 넘어서기도 한다. 그걸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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