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부동산 세제 개편은 정상화”… 오세훈 “공급 뒷받침돼야”

李, 국무회의서 부동산 토론회 쟁점 논의
“초고가 주택에 부담 강화, 대체로 공감”
즉석 유튜브 댓글 여론조사로 의지 밝혀
발언 불발된 吳 “규제만으로 효과 제한적”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현재의 조세 체계가 부동산 투기를 유발한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한 조세 정상화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에 앞서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정부 주최 부동산 정책 토론회 쟁점을 논의한 자리에서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급이 뒷받침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며 정부에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즉석에서 온라인 설문… ‘초고가 주택’ 세제 개편 시사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공급(14일)·금융(15일)·세제(16일)로 나눠서 진행되는 부처별 토론회가 예정됐는데, 국무회의에선 세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집값을 잡으려고 세금을 부과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형평성 있는 조세가 제일 중요한 것이고, (집값을 잡는 것은) 부수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세 제도가 지금 많이 왜곡돼 있다 보니 부동산 투기 유발 요인이 돼 버린 것”이라며 “이를 정상화하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목표)는 부수적인 투기 유발 부작용을 좀 완화해야 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100억 원 하는 집에 대해 실거주 1주택이라고 (세금을) 거의 감면해 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며 국무회의를 유튜브로 시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주택 가격에 따른 차별적 부담 확대가 필요한지, 초고가 주택 기준은 얼마인지 묻는 즉석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부담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90% 정도로 나오자, 이 대통령은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에는 (부담을) 강화하자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다만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시가) 30억 원’ 응답이 많은 데 대해선 “너무 가혹하다”고 반응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억 원으로 답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20억 원으로 하면 우리 큰일 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주택자였다가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1주택자가 된 한성숙 국무총리가 “제가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난 이제 집이 없다. (한 총리의 집은) 20억 원이 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월 보유 중인 성남 분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월 가계약을 체결했던 주택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절차가 임차인 거주기간 만료로 최근 끝났다”며 “수일 내에 (매각을 위한) 본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왕태석 선임기자

오세훈 “한 말씀 드려도 되나” 한성숙 “서류로 받겠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6·3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회의 중 “한 말씀 드려도 되겠느냐”고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회의를 진행하던 한 총리가 “시장님 주실 건은 서류로 받겠다”고 일축했다. 오 시장은 “발언 기회를 안 주실 것 같으니 보고서 내용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 지연을 포함한 서울시의 부동산 공급 부족에 대한 원인 분석을 요청하자, 오 시장은 “(보고서에) 들어 있다”고 했다.

3시간에 걸친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하기 직전 이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넨 뒤 발언할 기회를 부여했다.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꼭 여러 위원님들 모시고 서울시의 주택 행정 관련해서 논의하고 싶었는데”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죠”라고 끊었다. 이에 오 시장은 “제가 준비한 보고서에 조금 불편한 내용들도 꽤 들어 있다. 꼭 일독하셔서 다양한 의견이 균형 있게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규제 중심 정책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장외 여론전을 벌였다. 또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40%→70% 상향 △장기보유특별공제 현행 유지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재산세·종부세 과세표준 조정 등 정부 정책과 다른 8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무회의와 관련해 “오 시장 패싱은 1,000만 서울시민에 대한 ‘입틀막'”이라고 비판했다. 조은희 의원은 “서울시는 패싱하고 자기 편 이야기만 듣겠다는 편 가르기 국정운영의 민낯”이라며 “23일 부동산 대토론회 결과도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복지와 각종 개혁을 외면하고 경제 성장만 강조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실용이 마치 개혁의 반대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던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밖에 물가 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개혁과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투약할 수 있도록 검토해 줄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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