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률 90%’ 천궁의 안도감 뒤에 숨은 방공 공백

강희경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UAE 배치 천궁-Ⅱ, 96% 요격률 기록
이란은 자폭 드론 섞어 쏘기 전술로 맞서
군, 드론 전력 준비 미흡…드론사 폐지 논의도
전략적인 재검토 필요한 시점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이란 전쟁에서 국산 중거리 방공무기 천궁-Ⅱ의 실전 요격률이 9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포대가 다수의 이란 미사일을 거의 빈틈없이 요격해냈다는 것이다. K방산에 대한 감탄과 함께, 이미 천궁이 배치된 우리 영공 방어에 대해서도 안도감을 주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방공무기의 높은 정확도에 감탄하는 사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지점이 하나 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황을 바꾼 ‘게임체인저’는 다름 아닌 드론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요격미사일을 쏟아붓는 동안 이란은 수천만 원짜리 자폭 드론 ‘샤헤드’로 맞섰고, 이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이미 양측 군대가 맞서는 참호나 교전선 대신 드론이 24시간 감시·타격하는 ‘킬존(Kill Zone)’이 보편화됐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득한 국가가 북한이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드론 작전을 비롯한 현대전 기술을 빠르게 습득했다. 그 대응 전술은 북한군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폭 드론 개발과 생산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군이 보유한 드론은 1,000여 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정찰·교육용이다. 현대전에서 핵심 전력으로 부상한 자폭 드론이나 공격용 드론은 사실상 미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술과 운용 개념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이를 뒷받침할 국내 산업 기반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2년여 전 출범한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마저 폐지 또는 기능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 군 조직 효율화와 12·3 불법 계엄 관여 의혹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물론 관련 문제에 대한 엄정한 판단과 인사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는 드론 전력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재검토 역시 이뤄져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국방부가 드론사를 폐지하지 않고 개편해 존치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부대 성격은 전투보다는 교육훈련에 무게가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객관적으로 우리 전력과 방공망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만약 유사시 북한이 이란처럼 수천 대의 자폭 드론을 방사포 등과 섞어서 투입하는 작전을 쓴다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체득한 지능형 드론 전술을 구사한다면, 전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기울지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강희경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