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고에 이란·이스라엘 공습 중단했지만…꼬이는 ‘종전 구상’

이란-이스라엘, 8일 하루 교전
트럼프가 말려 중단됐지만
‘이스라엘’ 변수 통제 어려워져
이란, ‘홍해 봉쇄’ 카드도 검토
트럼프, 중동 통제력 잃어가

8일 시리아 나지하(Najha) 마을 인근 농경지에서 농민들이 이곳에 박혀 있는 발사체 주변의 불을 끄고 있다. 이 화재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 과정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잔해가 이곳에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나지하=AP 뉴시스

11일(현지시간) 북중미 월드컵 개막 전까지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두 달 만에 상대 영토를 폭격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로 양측이 상대국에 대한 폭격은 중단했지만, 종전을 원치 않는 이스라엘은 재차 레바논 남부 공습에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견해차가 종전에 가장 큰 위협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이스라엘에 혼자 남을 것이라 경고…2, 3일 안에 MOU 합의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새벽 전미농구협회(NBA) 결승전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란과 이스라엘)은 공습을 주고받았지만, 이제 나를 통해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란과) 아주아주 좋은 합의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전 합의가 “2, 3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되는 11일 전 이란 전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해 보복을 만류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란을 공격하자 다시 전화해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 조심하는 게 좋아. 안 그러면 혼자 남게 될 테니까”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에 이란군도 “군사 작전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남부 티레를 공습했다. “레바논 남부를 포함, 침략과 악행이 계속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압도적인 조치를 하겠다”는 이란의 입장을 무시한 것이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격으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MOU 체결이 임박했던 5월 말에도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고, 이란은 “휴전 위반”이라며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까지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해 “완전히 미쳤다(fucking crazy)”고 욕하기도 했다.

“트럼프, 이란·헤즈볼라·이스라엘 셈법에 통제력 잃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9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라러고 리조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할 당시 사진.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도, 이스라엘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을 좌절시키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거의 3년 동안 벌여온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결정적 결과를 내지 못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미·이스라엘 간 이해관계가 날로 벌어지는 게 확인됐다고 이날 분석했다. 이어 미·이란 간 이견이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 분화”가 종전 합의의 최대 위협이라고 짚었다.

이란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이란 당국자가 “미국이 MOU 초안을 임의로 변경했다”며 “(대이란) 동결자산 및 제재 해제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對)미 협상대표를 맡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텔레그램 계정에 “우리는 상대(미국)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전쟁’ 아니면 ‘협상’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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