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안 주려고?…쿠팡CFS, 노동자 퇴사 후 재입사 1등

송주용 기자

쿠팡CFS, 동일사업장 재취업자수 1위
“퇴직금 미지급·기간제법 회피 의심”
“노동당국, 의심 정황 감독해야”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임지훈 인턴기자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노동자 퇴사 후 재입사 1위 사업장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쿠팡CFS가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줘야 하는 퇴직금을 안 주거나 기간제법상 의무(2년 이상 비정규직 근무 땐 정규직 전환)를 피하려고 꼼수를 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근로계약 기간을 11개월 또는 23개월 단위로 쪼개어 노동자를 내보냈다가 다시 받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쿠팡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국일보가 29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동일사업장 재취업자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CFS 사업장에서 퇴사한 뒤 같은 사업장에 재취업 노동자는 4,560명이었다. 쿠팡CFS는 같은 조사에서 2022~2023년 2위였다가 2024년부터 1위가 됐다. 이 회사의 동일사업장 재취업자 수는 2022년 3,560명에서 매년 증가했다.

해당 조사는 쿠팡CFS에 재입사한 상용직근로자 중 이전 퇴사 시점이 2년 이내인 경우만 추렸다. 상용직근로자는 일용직과 달리 고용 관계가 계속적으로 반복되거나 유지되는 노동자를 뜻한다. 법적으로는 일용직 계약을 했더라도 고용 관계가 반복되면 상용직근로자로 분류될 수 있다.

쿠팡CFS 상용 노동자가 4만~5만 명 규모로 알려졌다.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처리된 뒤 다시 입사한 상용노동자가 전체의 약 10% 수준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노동자가 많다 보니 고용보험에서 지출되는 구직수당(실업급여)도 전체 사업장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쿠팡CFS 노동자가 받은 구직수당은 총 57억1,100만 원이었다. 그다음으로 많은 구직수당을 받은 사업장(35억3,900만 원)과 비교하면 약 62% 많은 액수다.

다만 현장에서는 최근 쿠팡CFS와 노조 간 단체협약을 통해 통상적 계약 기간을 1년으로 변경하면서 수개월 단위로 노골적 쪼개기 계약을 하는 관행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의견도 있다. 물류센터 특성상 자발적 퇴사 후 재입사하는 노동자도 다수 있다고 한다.

과거 쪼개기 계약 시도…”의심 정황 감독해야”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쿠팡이 과거 쪼개기 계약을 시도했고 매년 동일사업장 재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꼼수 계약 의심 정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쿠팡은 2023년 일방적으로 퇴직금 지급 기준을 바꿨는데 노동자가 1년 이상 근무했어도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면 모든 근로기간을 초기화하는 ‘리셋 규정’을 신설했다. 이 일로 쿠팡CFS의 전현직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고 회사는 퇴직금 기준을 재개정해 미지급 퇴직금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줬다.

정 의원은 “쿠팡은 과거에도 퇴직금을 안 주려는 목적으로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적이 있다”며 “노동부는 동일 사업장 반복 재입사 실태를 즉각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쿠팡이 노동자 권리를 외면하고 노동자에게 지급해야할 돈으로 미국에 막대한 로비 비용을 쓰는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며 “쿠팡의 경영방식은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보수, 고용안정의 책임을 사회 전체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 전문가들도 의심 정황이 있다면 노동당국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 쪼개기 계약 여부에 대해선 더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근로계약의 주도권은 회사가 쥐고 있는 만큼 다수의 노동자가 동일 사업장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있다면 정부 감독을 통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근본적 대책 요구도 있다. 김유경 노무사는 “지속적, 상시적 업무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의 퇴사 후 재입사가 반복됐다면 쪼개기 계약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다만 현행 기간제법 자체가 기간제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쿠팡CFS 관계자는 “이미 노동자들을 최소 1년 이상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어 모두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고 상용직 채용 확대 및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쪼개기 계약을 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물류업계에서는 노동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퇴사 후 재입사를 반복한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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