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에펠탑도 문 닫았다… ‘열흘째 42도’ 익어가는 유럽

손효숙 기자

기록적 폭염이 부른 일상 변화
명소 단축운영·단수·산불까지
‘여름 표준’ 재설계 필요 목소리

유럽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수도에서 사람들이 물을 받고 있다. 로마=AP 뉴시스

초여름부터 시작된 이상 기온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럽이 극한 폭염으로 또다시 멈춰섰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스페인 등 서남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42도를 상회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날까지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수도 파리를 포함해 본토의 4분의 1 이상 지역에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성수기에 통상 자정 이후까지 개방됐던 에펠탑은 온열 관리 차원에서 이날과 12일 오후 4시에 임시 폐쇄됐다.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은 각각 오후 4시, 5시까지만 관람객을 수용하는 단축 운영방침을 공고했다. 지난 4일 개막한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드프랑스도 역사상 처음으로 언덕이 많은 코스 일부를 단축하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남쪽의 알마다시는 폭염으로 인한 물 사용량 급증으로 이날부터 단수 조치에 들어갔다. 스페인에서는 덥고 건조한 공기로 인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이날까지 12명이 숨졌다. 산불은 지난 10일 알베리아주 시에라 데 로스 필라브레스 산맥 인근에서 발생해 현재까지 66㎢의 산림과 농경지를 파괴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 중인 프랑스도 산불 확산을 우려해 공휴일인 혁명기념일(14일)에 전국적으로 기획됐던 불꽃놀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유럽 각국 보건당국은 노약자와 만성 질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는 기존 공공시설을 ‘기후 대피소’로 개조해 시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폭염의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현재의 안전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여름 표준된 ‘폭염’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지구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새로운 여름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실제 유럽 의회와 각국 정부는 녹색 지붕 설치, 도시 숲 조성, 열 차단 기능이 강화된 건축 표준 도입 등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국 정부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최근 보고서에서 “학교·병원·요양시설 등 사회 인프라를 폭염에 맞게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콘크리트 홍수 방어벽 확대, 저수지 추가 건설, 전국 단위 물 공급망 구축, 누수 방지 대책 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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