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트레킹 성수기 앞두고 예약 문의 ‘뚝’… 네팔 여행업계 직격탄

공병선 기자 외 2명

단체 및 개인, 여력대로 성금 모아 전달
트레킹 취소 문의에… 여행업계 “긴장”

네팔 시민들이 30일 홍수가 발생한 네팔 치트완 나라야니 강가에서 나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인들이 대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고국을 위해 성금을 보내고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히말라야 트레킹 성수기를 앞둔 여행업계는 네팔 여행 상품 취소·변경이 잇따르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두르파슈침 재한단체’ 소속 이주노동자 20여 명은 3만~5만 원씩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성금 92만 원을 네팔 정부가 운영 중인 총리재난구호기금에 29일 기부했다. 수두르파슈침은 네팔 서쪽 끝에 위치한 행정구역으로, 대홍수가 발생한 누와코트 지역에서 약 900㎞ 떨어져 있다. 마헤시 바즈가이(37)는 “홍수 피해 지역과 먼 곳에서 자랐고 피해를 입은 가족도 없지만 기꺼이 기부에 참여했다”며 “고국이 어려울 때 외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재한 네팔인 단체 60여 곳이 기부금과 구호물품을 마련 중이거나 현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팔인 100여 명이 가입된 주한네팔인협회도 빠른 시일 내 기부금을 고국에 보내고, 서울 종로구 네팔 거리와 가까운 동대문 인근에 추모공간도 설치할 계획이다. 파르바티 타망 주한네팔인협회 회장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성금 모금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교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하고자, 조계종 등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들도 각자 정성을 보탰다. 재난 현장에 보낼 휴대폰용 태양광 충전기 구매 비용을 모으고 있는 누와코트 출신 수레타 바타(34)는 “한국에 사는 네팔인 지인들이 각자 형편에 맞춰 돕고 있다”며 “많게는 100만 원을 보내온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네팔 카트만두의 병원에서 한 여성이 대홍수로 실종된 가족의 사진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네팔 대홍수는 여행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안전 등을 이유로 네팔 여행 일정을 취소하거나 코스를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여행카페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가을로 예정된 랑탕 트레킹을 그대로 진행해도 되는지 묻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마나슬루 등으로 코스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와 함께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랑탕 국립공원은 대홍수가 덮친 라수와 지역에 있다. 네팔 현지 여행사 ‘렛츠고 네팔 에이전시’ 관계자는 “랑탕 트레킹 출발점인 샤브루베시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 여행업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정 변경을 원하는 팀이 10팀가량 있다”고 말했다.

네팔 현지 여행사들도 당장 생업이 걸린 문제라 걱정이 많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네팔 건기인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주로 방문한다. 네팔 현지 여행사 ‘제이빌’은 일평균 8, 9건이던 여행 상품 문의 건수가 대홍수 이후 2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제이빌 관계자는 “9월 초 출발하는 팀은 대홍수 때문에 일정을 취소했다”며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객들이 발길을 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8년째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레츠 구마르 다망(47)씨도 “이맘때면 가을 트레킹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의 예약 문의가 몰려야 하는데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홍수 피해가 없는 지역까지 파장이 미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공병선 기자kbs@hankookilbo.com
  • 나민서 기자iam@hankookilbo.com
  • 카트만두=남병진 기자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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