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 “대입때 소수인종 우대는 위헌” 판결
SFA, 하버드대 상대 소송서 승소
▶ 흑인·히스패닉계 타격⋯한인 명문대 입학기회 확대 기대
미국 대학 입학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60년대 민권운동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에 이어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하는 이번 정책에 제한을 가하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연방 대법원은 29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아시아계와 백인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3 및 6대2로 위헌 결정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입학전형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보호조항’에 어긋났다.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경험에 근거해 평가돼야 함에도 너무나 오랫동안 많은 대학들이 그 반대로 해 왔다”고 적시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오늘의 결정은 수십년의 선례와 중대한 과정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 소송은 지난 2014년 소수계 우대 전형을 반대하는 단체 SFA가 “하버드대가 입학 전형에서 아시안 지원자를 고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1심과 2심에서는 ‘고의적 차별 증거는 없다’며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흑인 등 소수계가 백인에 밀려 교육 및 채용 기회 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지난 1960년대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수계 우대정책은 특히 명문대 입학에 있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결국 대법원 위헌 판결로 인해 하버드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 인종을 대입전형의 평가 요인으로 고려할 수 없게 됐다. 그간 소수계 우대정책의 수혜를 입어온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들의 경우 대입 전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의 경우 명문대 입학 기회가 당장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1심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하버드대가 지난 2012~2013년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학업 성적 등 객관적 지표만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전체 합격자 중 아시안 비율은 43%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하버드대 합격자 중 아시안 비율이 20%대인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본보 2018년 10월20일자 A1면 보도)
이번 판결은 교육계를 넘어 미국사회 전반을 또 다시 뒤흔드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 대통령은 열렬히 환호했다.
패소한 하버드대는 대법원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다양성 가치 추구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승소한 SFA는 “대입전형에서 인종적 선호에 종지부를 찍은 이번 결정을 반긴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