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사고 원인 규명으로 초점 이동…항공기 조사와 비슷할 듯
▶ 잠수정 조각 나고 블랙박스 없어 최후 움직임 추적 어려워
▶ 탄소섬유 구조 정밀 조사해야…구조적 결함 있었는지 살펴볼 듯
대서양에서 실종된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의 잔해가 해저에서 발견됨에 따라 이제 사안의 초점은 구조에서 사고 원인 규명으로 이동하게 됐다.
영국 BBC 방송은 23일 이제 구조 당국은 잠수정의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잔해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언 램지 전 영국 해군 잠수함 함장은 “왜 이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사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지 알려면 찾을 수 있는 모든 잔해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잠수정에 블랙박스가 없기에 잠수정 자체의 마지막 움직임을 추적할 수는 없지만, 조사 절차는 항공기 추락사고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타이탄 구조 작업을 주도해온 미국 해안경비대는 22일 사고 해저에서 잠수정 잔해가 발견됨에 따라 타이탄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일단은 잠수정의 압력실에 문제가 생겨 심해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내파(implosion·외부 압력에 의해 구조물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존 모거 미국 보스턴 해안경비대 소장은 “발견된 잔해물들은 잠수정에서 재앙적인 내파가 발생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잠수정 꼬리 부분의 원통형 구조물(테일 콘)과 착륙 프레임의 잔해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잠수정이 조각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탄 잠수정은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는데, 조사관들은 탄소섬유 구조 내 파손 구조를 관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램지 전 함장은 이런 작업이 잠수정의 마지막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관들은 현미경으로 각 잔해의 탄소섬유 필라멘트(가는 실) 방향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파열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발생했는지를 암시하는 부분을 찾을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조사관들은 사고가 잠수함 선체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라면 잠수정은 에펠탑 무게와 맞먹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압력을 받아 파손됐을 것이라고 블레어 손턴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가 설명했다. 에펠탑의 무게는 7천300t으로 전해졌다.
손턴 교수는 “우리는 잠수정 주요 덮개의 아주 강력한 내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잠수정에 대한 적절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로더릭 A 스미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는 “탄소섬유는 구조적 내부 결함으로 인해 약해진다”며 탄소섬유와 티타늄의 연결부를 매우 엄격히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격렬한 내파 발생으로 사건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따라서 최대한 잔해를 회수하고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러한 잠수정 사고 조사에 대한 규정이 딱히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느 기관이 조사를 주도할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모거 소장도 이 사고에 다양한 국적자가 연루됐고, 대양의 외딴 지점에서 발생했기에 상황이 특히 복잡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는 미 해양구조대가 지금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계속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