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이란에 쓴 ‘참수 작전’, 北에 쓰기 힘든 이유는…”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핵 보유한 데다, 중·러 개입 가능성
코앞엔 한·일… 日, 경제 영향 우려

3일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이 인도·태평양에 갖는 의미’에서 엘렌 김(왼쪽) KEI 학술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국 싱크탱크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IIPS)의 다쓰미 유키 선임국장. KEI 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미국과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활용한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수뇌부를 암살하거나 생포해 적 지휘 체계를 마비시키는 군사 작전)’은 북한을 상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물리적·전략적 위험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이 인도·태평양에 갖는 의미’에서 엘렌 김 KEI 학술부장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공격하고 쿠바를 압박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다음 표적이 누구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축출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와 며칠 전 이란 지도자에게 일어난 일을 보며 모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지금 정말 겁에 질렸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문제를 꽤 깊이 생각해 봤더니 이란과 북한은 상당히 달랐다”고 반박했다. 마두로나 하메네이처럼 김 위원장을 참수 작전 대상으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 부장이 거론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성공했다. 핵무기를 동원한 반격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이 군사 작전 옵션을 쓰는 게 이란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물리적 위험이 전부가 아니다. 김 부장은 “북한의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며 “전략적으로도 대북 군사 작전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했을 때 두 나라가 방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전쟁 피란민 유입과 북한 지도부 공백이 야기할 무분별한 핵무기 반출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이유는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부장은 “한국과 일본은 북한 핵·군사 위협의 코앞에 있다”며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전략적 공격을 검토했을 때 김영삼 당시 한국 대통령이 반대했고, 미군 내부에서도 사망자 수가 1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한 영상에서 캡처된 것이다. 뉴시스
일본은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할 공산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IIPS)의 다쓰미 유키 선임국장은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정권 교체를 독려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북한 비핵화라는 국가 정책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북한 정권 붕괴가 일본 경제에 초래할 재앙적 영향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미 불신 심해질 듯
미국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북한 비핵화가 더 난망해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주제로 이날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연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이민영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이란·베네수엘라 공격이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 개발·생산을 지속해 온 게 옳았다는 생각을 굳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대미(對美) 불신을 심화시켜 향후 북미 관계 개선을 더 어렵게 할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