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함 한국서 만들려면… “일자리 우려, ‘분산형 조선’으로 넘자”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KF·랜드硏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
건조 역량 한계… 트럼프, 강한 의지
노조 반발 의식 지역 정치 최대 난제
“‘韓서 만든 부품 美서 조립’도 해법”

16일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회’를 함께 연 미 워싱턴 랜드연구소 사무소에서 오미연(왼쪽부터) 랜드연구소 한국정책 석좌,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 홍석환 HD현대 미국법인장, 브리트니 클레이턴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토론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한국에서 만든 부품을 미국에서 조립하는 ‘분산형 조선(造船)’이 해외 건조로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미국 내 우려를 극복하고 미군 함정 건조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미국 정치인과 싱크탱크 전문가, 한국 조선업계 경영진이 머리를 맞댄 정책 토론 자리에서다.
기회와 난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국방 전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랜드연구소 사무소에서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회’를 함께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미군 함정을 건조할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현행 법규대로 모든 군함을 미국에서 건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의 조선 역량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자국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매 의지도 강하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느냐”고 문의한 데 이어 전날 미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열린 국방 혁신 관련 행사에 참석해서도 한국에 일부 자국 함정 건조를 맡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초당적 지지와 기념비적인 예산을 확보하게 된 특별한 시점에 와 있다”며 “조선업 혁신은 대통령의 우선순위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관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법규뿐만 아니라 상업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의 정치인들, 현지 노동조합의 저항, 미군의 군함 발주 관행 등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다. 특히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지역 정치가 최대 난제로 꼽혔다. 베라 의원은 “내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는 조선소가 없어 큰 그림을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코네티컷주나 버지니아주처럼 대형 군함 조선소가 있는 지역을 대표했다면 더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드연구소의 브리트니 클레이턴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골든 수정안’을 사례로 들었다. 재러드 골든(민주·메인) 하원의원은 2027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해군 예산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투함 구매 계약에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이 법안을 발의할 때 “미국 조선업자가 해고될 수 있는 해에 미 해군이 외국 노동자를 고용하려 한다”며 “의회가 이를 승인한다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업체와 협력부터

민주당 소속 아미 베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16일 미 워싱턴 랜드연구소에서 열린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 공동 취재
이날 공감대가 형성된 대책은 한미의 분업이었다. 베라 의원은 “선박의 75~80%를 한국에서 건조하고 우리는 그것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쿨터 CEO는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마저 전투기의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만 생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클레이턴 연구원은 “분산형 조선을 추진할 수 있다”며 “쿨터 CEO의 말처럼 선박의 각 부분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제작하고 최종 조립과 시험은 미국에서 수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업체와 협력 관계부터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석환 HD현대 미국법인장은 “조선은 거대한 팀워크 산업이다. 조선소만 있다고 자동으로 선박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계약업체, 협력업체, 군함 분야 기업, 상선 분야 기업, 엔지니어링 회사 등과 관계를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중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는 “이제는 협력(cooperation)을 넘어 협업(collaboration)으로 가야 한다”며 “처음에는 한국에서 완성된 배를 함께 만들되, 그사이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해 향후 미국이 더 빠르게 더 많은 배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