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유예’ 발표 직전 풀매수… 트럼프의 수상한 주식거래
신혜정 기자
관세유예 직전 우량주 360만 달러 매수
정부 지분취득 직전 해당 기업 주식 매수도
이해충돌 논란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다코다주의 비즈마르크 시립 공항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비즈마르크=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상호관세 유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우량 종목 327개를 대거 매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이해충돌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윤리국(OGE)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도 연간 재정 보고서에 담긴 2만1,000여 건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지난해 4월 2일 ‘해방의 날’ 이후 주식 거래들을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관리사들은 다음날인 3일과 4일에 그의 투자 계좌에서 수백 개 종목을 사고팔았다.
4월 8일에는 전략을 바꿔 애플과 버크셔해서웨이 등 우량주를 포함해 327개의 개별 주식 360만 달러(약 55억 원) 이상을 사들였다. 매도는 없었다.
바로 다음날인 4월 9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9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정책 발표 직전에 상당한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더욱이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이 매수하기에 절호의 시기”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 주식을 호재 발표 전 매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에서 인텔 주식을 약 25만 달러(3억8,200만 원) 규모로 매수한 지 며칠 뒤 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인텔 주가는 370% 넘게 치솟았다.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의 주식도 수차례에 걸쳐 매수했는데, 이후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희토류를 대체할 국내 산업을 육성한다며 이 회사 지분의 15%를 인수했다. 이후 MP머티리얼스의 주가가 급등하자 트럼프 계좌에서는 보유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이용해 자산을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될 전망이다. 1978년 제정된 미 연방 윤리법상 대통령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처분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은 자발적으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통을 따르지 않은 첫 대통령이다. 그의 자산 상당수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리하는 신탁이 관리하고 있어 내부 정보 공유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 신혜정 기자aret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