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괴물 폭우에 ‘1000명 사망’… 전염병 확산 우려도
인니 442명·스리랑카 334명 사망
구조 작업 늦어져 사망자 더 늘 듯

10월 30일 스리랑카 콜롬보 외곽에서 한 시민이 가족을 안고 침수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일주일 넘게 이어진 기록적 폭우와 산사태로 인도네시아와 태국, 스리랑카에서 1,0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침수 지역에선 전염병 확산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은 수마트라섬 북부 지역 3개 주(州)에서 전날 기준 442명이 숨지고 40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약 29만7,000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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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군기지에서 장병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수마트라섬으로 향하는 군용기에 구호 물품을 싣고 있다. 자카르타=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당국은 군함을 긴급 투입해 구호 물자 전달에 나섰다. 수하리안토 국가재난관리청장은 “많은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3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태국 남부에서도 8개 주에서 170명이 숨졌다. 말레이시아에 접한 남부 송클라주에서만 131명이 사망했다. 도로는 순식간에 거대한 강으로 변했고, 병원 1층이 물에 잠기면서 중환자들이 군용 헬기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홍수위는 서서히 낮아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물에 잠겨 복구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남아시아 섬나라 스리랑카에도 홍수·산사태가 전역을 덮쳤다. 현지 재난당국은 전날 밤 기준 334명이 숨지고 최소 370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재해로 30만9,000가구, 11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로 구조 당국 접근이 어려운 중부 지역의 피해 규모가 추후 확인되면 희생자 규모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스리랑카 켈라니야에서 시민들이 침수된 마을을 빠져나오고 있다. 켈라니야=로이터 연합뉴스
정부가 군경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카 대통령은 전날 긴급 담화에서 “국가가 가장 크고 어려운 자연재해에 직면했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이웃 국가 인도가 가장 먼저 헬기 2대와 구조대원 22명, 구호 물품 지원에 나섰다. CNN방송은 “3개국에서 이어진 재난은 필리핀 인근에서 발생한 열대성 태풍 ‘고토’와 믈라카해협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세냐르’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폭우가 지나간 뒤에는 전염병 창궐 위험도 커진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과 접촉하면서 수인성 질병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매체 템포는 “장티푸스와 콜레라,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번질 수 있다”며 “고인 빗물을 지날 때 반드시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필리핀에서는 지난 10월 태풍 ‘갈매기’와 ‘풍웡’으로 최소 142명이 숨진 뒤 전국에서 1만4,000여 건의 뎅기열 감염이 보고됐다. 베트남 호찌민시 파스퇴르 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부 럼동성 등 홍수 피해 지역에서 홍역, 수족구병, 호흡기 질환 등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공중보건 안전을 위해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베트남 중부에서는 폭우로 98명이 숨졌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