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벗은 단발머리 최강록 “인생 50%였던 요리, 흑백 우승으로 53%”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와 인터뷰 방송 공개
“요리 잘하는 척 했던 인생” 겸양하면서도
“한 요리 100번은 해야 완성” 내공 드러내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가 심사위원이자 동료 셰프인 안성재 셰프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셰프 안성재' 캡처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가 심사위원이자 동료 셰프인 안성재 셰프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셰프 안성재’ 캡처

“이제 요리는 제 인생의 53%가 됐습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우승자 최강록(48) 셰프의 예의 철학적 말투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가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다. 인터뷰는 최 셰프와 동갑내기이자 흑백요리사2에서 일전을 치렀던 김성운 셰프의 실내 포장마차에서 진행됐다.

생업만큼 생활이 중요하니까 인생의 50%만 할애하려 했던 요리 비중은 경제적 필요 때문에 51%로, ‘마스터셰프 코리아2′(2013) 우승으로 두각을 보이며 52%로 올랐고, 이번에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 셰프에 재등극하는 과정에 요리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도 가지면서 그 비중이 확대됐다고. 특히 빼어난 조림요리를 선보이며 ‘조림핑’ ‘연쇄조림마’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조림 원툴이라고 얘기하셔도 좋다”며 넉넉한 모습을 보였다.

야구모자를 쓰고 흑백요리사2 촬영에 임했던 최 셰프는 이번 영상에선 귀를 완전히 덮는 단발머리 스타일로 출연했다. “(녹화한 지) 반년이 됐으니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싶었다.” 요리만큼이나 시청자를 사로잡은, 선문답을 닮은 말솜씨에 대해 “엄마도 ‘너 그거 다 짜고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신다”고 농담하고는 “생각을 많이 하고 애기하는 건 맞는데, 그 생각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흑백요리사1에 출연했다가 중도 탈락한 그를 섭외하려 김학민 PD가 “완전 연소해달라”고 설득했다는 뒷얘기도 회자된다. 최 셰프는 “김 PD가 시즌1에 섭외할 때는 ‘침체된 외식업계에 활력을 줄 수 없겠나’라며 ‘불쏘시개’가 되어 달라 했었다”라며 “완전히 불타 없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모로 생각했었다”고 출연 과정을 밝혔다.

이후에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본 만화 ‘소드 아트 온라인’을 언급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 만화에서 주인공들이 VR(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하고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현실로 돌아온 뒤 그 세계를 못 잊고 또 들어간다. 서바이벌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세계관이 안 그립다면 거짓말일 거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1라운드 대결에서 최강록 셰프가 요리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1라운드 대결에서 최강록 셰프가 요리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최 셰프는 후배 요리사 이하성 셰프(닉네임 ‘요리괴물’)과 치른 결승전에서 주무기인 조림요리 대신 깨두부 국물 요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잘하는 척했던 그 조림을 (결승전 주제였던)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풀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위안을 받았던 음식의 느낌을 떠올렸다.” 찾아낸 건 ‘국물’ 그리고 ‘띄움’. 하지만 요리를 완성해 심사위원에게 가는데 “남비에 둥둥 떠다니는 재료들을 보며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승을 겨뤘던 이 셰프에 대해선 “너무 깍듯하고 좋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사실 경연 과정에선 미션 수행하느라 바빠 ‘요리괴물’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결승 가면서 서로 얘기하고 문자 주고받고 했다. ‘요번 기회로 많이 배웠다’ ‘(선배님) 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나 좀 해줘요’라고 답하기도 하고.”

최 셰프는 셰프 인생 20여 년을 ‘요리 잘하는 척’ 해온 삶으로 요약했다. “요리보다는 장사를 하고 싶어서” 주방 경력 없이 20대 후반에 회전초밥 가게를 차린 게 그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척하면서 살았다. 잘 아는 척, 잘하는 척, 많이 배운 척. 그 콤플렉스가 오랫동안 있었다. 본토에서 배우면 그게 없어지지 않을까, 나이 서른에 일본 유학을 간 거다.” 콤플렉스를 떨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우승하면서는 조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척하는 생활이 이어지게 됐다고.

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저 콤플렉스론이 최강록 식 겸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있을 땐 ‘한 100번 정도 하면 못하겠냐’ 얘기한다. 한 음식을 100번 만들어 볼 수 있느냐가 포인트거든. 실제로 물어보면 100번 해 본 사람 별로 없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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