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 “故 안성기와 함께 한 찬란하고 기뻤던 젊은 날”
9일 엄수된 故 안성기 장례 미사
배창호 감독이 떠올린 생전 고인의 모습
“국민 배우였던 안 형,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 안성기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정우성은 고인의 영정을, 이정재는 금관문화훈장을 들고 있다. 뉴스1
故 안성기와 13편의 영화 작업으로 인연을 이어왔던 배창호 감독이 생전 고인의 선하고 따뜻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장례 미사와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날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출관이 진행된 이후 명동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진행됐다. 후배 배우인 정우성과 이정재가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들었으며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운구를 마쳤다. 설경구와 조우진은 거듭 눈가를 훔쳤고 정우성과 이정재 역시 수척해진 모습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주지훈과 박철민 박상훈 그리고 고인의 유작이 된 ‘한산: 용의 출현’을 연출한 김학민 감독 등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약력을 돌아본 후 영화 ‘하녀’ ‘황혼열차’ 등 아역배우 시절부터의 ‘바람 불기 좋은 날’ ‘만다라’ ‘실미도’ 등 영상들이 편집돼 고인의 생애 연기를 떠올리게 했다. 영상 속 故 안성기의 밝은 미소가 등장하자 곳곳에서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정우성에 이어 배창호 감독이 조사 낭독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고인과 생전 13편의 영화를 함께 한 배창호 감독은 “1980년 광화문 다방에서 안 형을 우연히 만났다 어린시절 스크린의 모습을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성인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안 형이 충무로에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새로운 흐름을 불러넣을 연기자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라면서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배 감독은 “안 형은 연이은 화제작을 만들었다. 이후 안 형 집에 자주 놀러가 연기와 영화에 대해 논의하고 같이 할 다음 작품을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우리집에 불쑥 찾아와 유명 커피 광고를 찍게 됐다며 영화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라면서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오랫동안 고인이 한 광고에만 출연한 이유가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힌 배 감독은 “어느덧 안 형은 국민배우가 됐다. 그 무게감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핶지만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 세월이 흘러 노역을 부탁하기까지 13편을 했다. 3년 전 오랜만에 만난 안 형은 투병소식을 전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럼에도 문화재단 일을 놓지 않았고 영화 ‘탄생’에도 출연했다”라고 전했다.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 배 감독은 “그동안의 세월은 어디로 갔나. 영정 사진은 ‘기쁜 우리 젊은 날’ 촬영장의 모습이다. 그땐 우리 모두에게 찬란하고 기뻤던 젊은 날이다. 그러나 인생이란 저물 때도 있기에 지금 이순간을 맞이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엄숙한 심정으로 보내드리려고 한다. 영화를 사랑한 안 형,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신중했던, 투병을 말없이 감내했던 안 형, 그동안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다. 안 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다.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제 히늘에서 편히 쉬시길”이라며 따뜻했던 고인을 추모했다.
故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향년 74세. 고인은 지난 2025년 12월 30일 오후 4시께 자택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던 중 목에 음식물이 걸리며 쓰러졌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자택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암이 재발하면서 투병 생활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됐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