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부터 무기징역 선고까지…尹이 남긴 443일의 기록
공수처 수사권·구속 기한 계산 거듭된 논란
수사 회피, 재판 불출석…16번의 궐석재판
“‘순진한 바보’가 어떻게 쿠데타 하나” 부인
무기징역으로 계엄 선포 후 444일 종지부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드립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긴급 대국민담화를 자처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남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카메라 앞에 섰다. 4분가량 더불어민주당의 ‘예산안 전액 삭감’ 등을 비판하던 그의 입에서 돌연 ‘비상계엄’이란 말이 터져나왔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해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겠습니다.“
오후 11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령됐다. 경찰은 국회의 문을 걸어잠갔고, 특수전사령부 707특임단과 1공수여단 등 740여 명 군인이 헬기 등으로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론조사 ‘꽃’ 등에도 정보사령부 병력 등 약 650명이 투입됐다.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4시 27분 계엄을 해제했다.
2026년 2월 19일 오후 4시 2분. 1심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12·3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통제한 행위를 형법 87조가 규정한 ‘내란’으로 판단했다. 계엄 선포 443일 만에 내려진 사법의 단죄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2024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독자 제공
공수처 수사권·구속 기한 계산 논란에 석방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3월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 대통령의 곁에서 김성훈 경호차장이 밀착 경호를 하고 있다.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됐다. 체포된 현직 대통령은 헌정사상 그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체포적부심을 신청하고, 구속 취소를 청구하는 것으로 공권력 행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은 3월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윤 대통령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구속 기간은 날(日)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가 법원에 있던 기간도 구속 기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해석이었다. 이례적이었고, 검찰은 법원 결정에 항고하지 않았다. 이 또한 이례적이었다.
수사 과정에서도 입 꾹…법정에도 불출석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2025년 7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이동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풀려난 윤 전 대통령은 갖은 핑계로 수사를 회피했다. 직무정지 이후 검찰·경찰·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힘으로 막았다. 체포 이후 조사에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조사석에 앉은 그는 진술을 거부했고, 조서 열람·날인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 출범 후에는 “특검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위헌적 절차에 따르지 않겠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파면된 역대 두 번째 대통령이 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재판도 시작됐다.
7월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 계속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동안 궐석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6번의 궐석재판이 있었고, 지난해 10월 30일 마침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인원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하자, 윤 전 대통령은 발끈하고 나섰다. 곽 전 사령관은 국군의날 행사 뒤 저녁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일부 정치인을 거론하며 “잡아오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후속 조치의 책임을 군경 지휘라인으로 돌리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국회 봉쇄와 관련해서는 포고령 1호 1항을 거론하며, 국회 출입 통제가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마지막까지도 계엄 특강…”‘순진한 바보’가 어떻게 쿠데타 하나”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 전 대통령은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는 ‘망상’ ‘미친 사람’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 89분간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특검의 공소사실을 “소설이고 망상”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지배해 온 어둠의 세력들과,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호루라기 소리에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이리떼 같다”고 했다. 결심공판은 당초 9일 종결 예정이었지만 변호인단의 장기간 변론 전략에 이날로 연기됐다. 이날도 17시간이 넘는 마라톤 변론이었다. 특검은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순진한 바보”라고 칭했다. “국헌문란과 폭동이 안 된다는 걸 헌재에서 잘 설명하면 다 정리될 것이라 순진하게 생각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를 합니까? 친위 쿠데타를 할 정도면 눈치가 빨라야죠”라고 주장했다.
수사와 재판을 두고는 “민주당이 꾸민 내란몰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헌정 붕괴와 국정 마비를 막으려 했던 엄중한 책임감과 이 사건의 헌법적 함의를 살펴봐 달라”며 “(계엄은) 결코 국헌문란이 될 수 없고, 폭동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끝내 단 한 번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그의 끝은 1심 선고 무기징역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선포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000억 원을 삭감하였습니다. 심지어 군 초급 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만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올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 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만은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