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베컴 퇴장에 역전극까지… 또다시 ‘승리의 부적’ 된 아르헨티나의 남색 유니폼

박주희 기자

아르헨, 남색 유니폼 입고 출전한
월드컵 잉글랜드전서 3전 3승
“말비나스…” 현수막은 징계 가능성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맨 위)가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후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애틀랜타=AP 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극적인 역전승(2-1)을 거둔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16일(한국시간) 리오넬 메시(39·인터 마이애미)를 목말 태우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 피치 위를 돌았다. 그런데 이들이 입은 유니폼은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의 상징인 ‘하늘색·흰색 줄무늬’가 아닌, 짙은 남색 유니폼이었다.

이 유니폼은 아르헨티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요청해 승인받은 원정 유니폼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월드컵 잉글랜드전 ‘승리의 상징’으로 통한다.

전설의 시작은 1986 멕시코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8강에서 잉글랜드를 만난 아르헨티나는 남색 유니폼을 입었고, 이 경기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골과 ’68m 단독 질주 골’이 터졌다. 잉글랜드를 2-1로 물리친 아르헨티나는 기세를 몰아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남색 유니폼은 행운을 안겼다. 아르헨티나는 대회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했는데, 디에고 시메오네와 충돌한 데이비드 베컴이 보복성 발길질을 해 퇴장을 당한 것. 수적 우위를 점한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 끝에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 유니폼은 2026년에도 다시 ‘승리의 부적’이 됐다.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아르헨티나는 경기 막판 메시의 어시스트를 받은 엔소 페르난데스(25·첼시)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9·인터밀란)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남색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를 상대한 세 번의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순간이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에 승리를 거둔 후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AP 뉴시스

승리를 향한 집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남색 유니폼과 달리, 이날 선수단이 든 현수막에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적혔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경기 후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Las Malvinas son Argentinas)”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말비나스는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뜻하는 아르헨티나식 명칭이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영국이 실효 지배 중인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했지만, 영국이 곧바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재탈환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 대해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셈이지만, 이들의 행위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FIFA는 정치적, 모욕적, 인종차별적 내용 문구가 담긴 현수막, 전단 등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2014년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에서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가 FIFA로부터 2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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