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노동절 앞두고 작심 발언…”일부 조직노동자 과도한 요구”
이성택 기자 외 1명
이전에도 ‘고용유연성’ 언급…노동시장 환경 변화 인식
이 대통령, 양대노총 초청해 사상 첫 ‘청와대 노동절 행사’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노동절(5월 1일)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 일각을 향해 이례적으로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모두가, 또 국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겠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45조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만큼 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노동자와 사용자, 국민 모두 공생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원칙적 발언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사측을 향해서는 “노동자를 기업 운영의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 모두가 가족 중에 누군가는 노동자이고 또 누군가는 사용자가 될 것이고, 넓게 보면 모두가 똑같은 대한민국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역지사지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이전에도 ‘고용유연성’ 언급…노동시장 환경 변화 인식
이 대통령이 노동계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노동계에서 금기시되는 고용유연성 강화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유연성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전제로 한 ‘쉬운 해고’를 뜻한다. 이 때문에 ‘소년공’ 출신 이 대통령이 주류가 되더니 보수화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노동관은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산업 트렌드가 숨 가쁘게 바뀌는 등 노동시장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인공지능 대전환으로 노동과 산업 현장이 앞으로 근본적인 변화에 노출되게 된다”며 “이런 중차대한 도전을 이겨내려면 상생과 협력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정규직, 양대 노총 위주의 조직 노동보다는 상대적 약자인 비정규직, 하청 등 미조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 ‘노란봉투법’ 시행 △산업재해 근절 노력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공정수당 지급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 등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고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려면 노동 시장의 격차 완화가 중요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역시 공정하고 합리적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비공개 전환한 뒤에도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며 “무조건 빠르게 해결하라”고 사업장별 인권 교육 실시와 적발 시 엄정 처벌을 지시했다고 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양대노총 초청해 사상 첫 ‘청와대 노동절 행사’
이 대통령은 올해부터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는 “올해부터는 노동절이 (기존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이라는 정당한 이름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법정 공휴일로 지정이 됐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매우 각별하다”며 “내일 하루 우리 모두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절은 작년까지는 일부 민간기업만 쉬었지만 관련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공공부문도 쉰다. 이 대통령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와 경영계,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2026년 노동절 기념식’을 갖는다.
청와대 측은 “청와대가 노동절 기념식을 개최하는 건 사상 처음이고, 노동계를 대표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동절 행사를 함께 하는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라며 “노동 존중 실현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노동계가 화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들은 노동절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내는 데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