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행 통일 칼럼> 통일(統一)을 넘어 통일(通一)로: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전환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했다. 이번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추구한다.”
이 짧은 문장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가 바라보던 ‘통일 담론’의 패러다임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선언에 가깝다.

■ 통일(統一)의 한계를 직시하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하나의 국가로 합치는 통일(統一)’을 목표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이 목표는 실현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적대의 악순환을 강화해 온 측면이 크다.
북한 체제의 붕괴나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접근은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기는커녕, 극한의 대치만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이재명 정부의 관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평화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 새로운 길: 평화공존 → 교류협력 → 공동성장

대통령이 제시한 접근법은 단계적이고 실용적이다.
1. 남북이 서로를 위협하지 않는 평화공존의 상태를 만들고,
2. 그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복원하고 확대하며,
3. 궁극적으로 공동성장·공동번영의 구조를 구축한다.

이는 단순히 긴장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남과 북이 함께 잘살 수 있는 경제·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남북 관계를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으로 바라보려는 전략적 전환이 담겨 있다.

■ 통일이 아닌 ‘통일(通一)’의 시대

이재명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국가 통합’으로서의 통일이 아니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연결의 통일, 즉 통일(通一)을 지향한다.
• 통행(通行): 인적 왕래
• 통신(通信): 정보·소통의 연결
• 통상(通商): 경제·산업 협력

이 세 가지의 연결을 통해 남북이 서로 ‘통(通)’하는 것 자체가 통일의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는 분단의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평화를 일상화하고 협력을 제도화하는 전략이다.

■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전환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교체다.
강대강 대치에서 벗어나 신뢰를 축적하고, 긴장을 관리하며, 실질적 협력을 통해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접근이다.
흡수통일이나 붕괴 시나리오와 같은 비현실적 기대 대신, 현실을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평화를 구축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더 이상 이념의 영역이 아니라 실용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 22기 민주평통의 새로운 역할

이번 출범식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의 역할 재정의다.
22기 자문위원은 더 이상 추상적 ‘통일운동’의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남북교류·협력 시대의 실용적 자문기구, 즉 새로운 남북협력 시대를 설계하는 정책 파트너로의 위상을 갖게 된다.

이는 민주평통이 시대 변화에 맞춰 “통일의 상징”에서 “협력의 실무”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맺음말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구조다.
남북이 하나의 나라가 되는 통일(統一)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대신,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며 공존하는 통일(通一)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갈등과 긴장을 넘어 새로운 남북 관계를 열어갈 가장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길이다.

22기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확인된 이 방향성은 대한민국 대북정책의 지형을 다시 그려 나갈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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