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광고비만 7,800억… 美 중간선거 앞두고 ‘밥상머리 민심 잡기’ 총력전

워싱턴=김현빈 특파원

민주당 “물가 심판” vs 공화당 “체제 수호”
의회 장악 벼르는 민주, 관세·유가 정조준
다수당 수성 나선 공화, 성소수자 등 공세

미국 유권자들이 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카야호가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유권자들이 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카야호가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35석)과 하원의원(435석) 전원, 36개 주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3일·현지시간)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마지막 총력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전반부를 평가하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관세 갈등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생활비 대란’을 정조준하며 정권 심판론을 폈다. 반면 다수당 수성에 나선 공화당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급진 좌경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체제 위기론’으로 맞불을 놨다. 양당 모두 유권자 최대 관심사인 경제 문제를 파고들면서도 표심을 자극하는 최종 승부수는 엇갈렸다.

민주 “깨진 물가 공약·부패 심판”… 밥상머리 민심 공략

선거 막판 민주당의 최대 공세 무기는 공직 윤리와 생활비 부담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1일 논평을 내고 “서민들이 주유비와 장바구니 물가에 신음할 때 대통령과 억만장자들은 캐비어와 킹크랩 파티를 벌였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핼러윈 파티에서 부유한 후원자들을 치켜세운 것을 겨냥한 것이다.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도 휴스턴 유세에서 이번 중간선거에 최소 4억4,6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선거 자금을 쏟아부은 일론 머스크를 겨냥해 ‘머스크가 상원 의석을 사려 한다’며 ‘이번 선거는 서민 주머니를 채울 정치인을 뽑느냐, 제 주머니를 채울 정치인을 뽑느냐의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2기 들어 무차별 관세 폭탄과 이란 전쟁을 강행해 유가 급등과 물가 불안을 자초했다는 점도 집중 타격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 유세에서 “트럼프 정부는 물가를 잡고 전쟁을 막겠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깨진 공약의 무덤만 남겼다”며 하원 다수당 탈환 시 저소득층 의료지원 삭감 철회와 건강보험료 지원 복원, 이란 종전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11월 1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더 에스피(The Espee)'에서 열린 '죽은 자들의 날(Dia de los Muertos)' 콘서트 겸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환호하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11월 1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더 에스피(The Espee)’에서 열린 ‘죽은 자들의 날(Dia de los Muertos)’ 콘서트 겸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환호하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공화 “공산주의 위험” 이념 공세… ‘성소수자’ 광고 폭격

자금력에서 앞선 공화당은 민주당의 좌경화를 집중 타격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달 31일 격전지인 미시간주 스털링하이츠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세율이나 정책 노선의 차이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공화국의 존립 자체를 지키느냐, 아니면 공산주의로 향하는 어둡고 위험한 길로 접어드느냐를 결정하는 싸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공화당은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 거부감을 자극하기 위해 트랜스젠더 이슈 등 ‘문화전쟁’을 전면에 배치했다. 공화당 측은 이번 선거 기간에만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 반대 등을 다룬 광고에 2억3,500만 달러(약 3,270억 원)를 쏟아부었다. 선거 직전 일주일간 투입된 금액만 3,200만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물가 상승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탓”이라며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는 국가 안보를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지지층을 결집했다.

공화, 트럼프 정책 경계… 민주, 반사이익 안주 경계

선거 막판 양당이 마주한 내부 균열과 취약점도 핵심 변수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후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돈 베이컨(네브래스카) 하원의원은 이날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관세는 중서부에서 인기가 없다”며 지도부에 지역 민심을 전달했다고 밝혔고, 데릭 밴오든(위스콘신) 하원의원 역시 선거 직전 지역 TV 후보 토론회에서 “이란 전쟁이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를 훨씬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이 전통적 강세 지역마저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역시 승리를 낙관하기엔 이르다. 트럼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곧바로 민주당에 대한 전폭적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어서다. 엘리사 슬롯킨(미시간) 상원의원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사이익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1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디 앵그리 엘리펀트(The Angry Elephant)'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켄 팩스턴(맨 오른쪽) 텍사스주 법무장관과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인 브랜든 헤레라가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1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디 앵그리 엘리펀트(The Angry Elephant)’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켄 팩스턴(맨 오른쪽) 텍사스주 법무장관과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인 브랜든 헤레라가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마지막 주에만 5억6100만 달러 광고전

선거 직전 마지막 일주일간 양당이 격전지에 쏟아부은 광고비는 5억6,100만 달러(약 7,800억 원)에 달했다. 공화당이 3억500만 달러, 민주당은 2억5,600만 달러를 집행했다. 전체 광고의 3분의 2가 경제 문제를 다뤘을 만큼 밥상머리 민심 잡기가 치열했다.

격전지 유권자들의 고뇌는 깊다. 메인주 왈도보로에 거주하는 주부 소피 로빈스(26)는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공화당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의 장기 재임과 외교 노선에 반대해 표를 주지 않겠지만, 민주당 트로이 잭슨 후보의 성소수자 정책 역시 너무 진보적이라 망설여진다”며 “투표 당일 기권하거나 제3의 인물을 적어 낼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공화당#미국중간선거#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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