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영웅 되고 싶지 않다”… 동료 잃은 소방관들 분노

임명수 기자 외 1명

소방노조 20일 경기도청 앞 규탄 대회
고 김진석 소방위 순직 사고 진상 규명
현장 안전 관리·소방관 처우 개선 요구
소방청, 부천 공장 화재 합동조사단 구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언제까지 소방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길 것인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20일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숨진 부천 공장 화재 진상 규명과 소방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추미애 경기지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추 지사는 이날 소방노조와 만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소방청은 부천 공장 화재 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합동조사단을 가동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추 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추 지사는 소방 재정 빨대 망언으로 전국의 소방관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안겨 주었다”며 “그리고 사흘 만에 경기도 소방관 6명이 쓰러지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소방청을 향해 “소방청은 추 지사와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망언 뒤에 숨으려 하면 안 된다”며 “현장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소방지휘부의 무능에서 발생한 사고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소방지부장은 경기도의 소방 예산 삭감에 대해 지적했다. 이번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순직 소방공무원을 기리는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예산 1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박 지부장은 “전국 최대 자치단체가 1억 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경기도가 소방공무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방대원이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후 숨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소방대원이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후 숨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 순직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 순직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조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와 불합리한 지위 체계 개선, 안전관리 강화도 요구했다. 부천 공장 화재 사고 당시 내부에 인화성 물질 180통이 발견됐지만 사전에 소방대원들이 해당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급격한 연소와 폭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고 지휘부가 신속동료구조팀 투입 지시를 지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는 화재 안전 관리 강화도 촉구했다. 전국 공장의 43.6%가 경기도에 밀집돼 있지만 도내 화재예방강화지구는 재래·전통시장 15곳, 물류단지 6곳, 위험물 밀집지역 6곳, 산업단지 4곳 등 31곳이 전부다. 공장과 창고 등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부천 공장도 인화성 물질 등을 취급하지만 최근 5년간 안전조사를 받지 않았다.

현장 중심 인력 배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국 소방관 6만7,000명 중 85% 이상이 7급 이하다. 2년 이하의 현장 경험이 적은 인력 위주로 위험한 현장에 배치된다. 소방 내부에서는 승진하려면 현장보다는 내근 등 행정직이 유리해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노조는 “유족과 동료들이 원하는 것은 형식적인 위로나 사후 예우가 아니라 소중한 가족과 동료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라며 “우리는 죽어서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현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경기지사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추 지사는 이날 오후 소방노조와 만나 “저의 잘못된 단어에 의해 마음의 상처가 컸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며 “갑자기 터진 이 큰 사고 앞에 그런 저의 설화가 또 시빗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장소와 상황이 안 맞다 생각해 마음속에 있는 말씀을 충분히 드릴 수가 없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권영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전국 최대 인구를 담당하는 경기소방의 인력 확충과 함께 경찰 수준의 근무조 편성, 주 52시간 적용 등 노동 환경 개선에 지사가 앞장서달라”고 요청했다.

소방청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경기소방본부 관계자, 국립소방연구원, 외부 전문가 등 22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부천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화재 진압·구조 활동에 이르는 현장 대응 과정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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