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천하’ 흔들리나…AI 전쟁 판도 바꾸는 구글 제미나이3
구글 제미나이3 출시 후 찬사
이미지 생성·코딩 능력 ‘탁월’
검색·지도 등 내부 생태계 강점
“대화에서 일하는 AI 가능성”
자체 AI 칩 개발로 脫엔비디아
‘HBM’ 삼성·SK 수혜 전망

구글 제미나이3 이미지. 구글 제공
세상이 다시 변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구글이 발표한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생성형 AI 모델인 챗GPT-3.5를 내놓으며 AI 시대가 열렸다. 이후 3년 동안 챗GPT는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들며 AI 혁신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제미나이3 출시가 AI시대의 전환점이라는 게 베니오프 CEO의 진단이다. 그는 “(챗GPT로) 다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25일 IT 업계에 따르면 제미나이3 열풍이 부는 이유는 AI 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먼저 사용자가 물으면 답변을 내놓는 챗봇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틱(비서) AI로서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딩부터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까지 ‘디지털 동료’ 수준의 업무 역량을 보여준다. 구글은 또 제미나이 학습 훈련에 자체 개발한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무기로 AI 시장을 독점해온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균열을 낸 것이다. TPU 같은 맞춤형 반도체(ASIC) 시장이 커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움직이는 AI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지표 중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제미나이3는 1501점을 받아 그록4.1과 제미나이2.5프로를 제쳤다. 구글 제공
구글은 18일(현지시각) 제미나이3를 공개하며 “가장 강력한 에이전틱 및 바이브 코딩 모델”이라고 했다. 실제 제미나이3를 사용해 본 국내 개발자 사이에서는 “주니어 개발자 수준의 업무 역량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제미나이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안티그래비티’를 활용하면 AI가 사용자의 뜻을 제대로 파악해 완결성 있는 개발 업무를 한다”며 “기존 커서(Cursor), 클로드(Claude) 같은 코딩 AI에서 제미나이3로 넘어가는 개발자들이 많다”고 했다.
또 최근 개발자 및 디자이너 커뮤니티에는 제미나이 기반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인 ‘나노 바나나 프로’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편집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직접 사진을 찍지 않아도 키워드만으로 광고 이미지 제작이 가능한 수준이다. “포토샵 전문가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와 웹브라우저 크롬, 검색 엔진 구글 등 자체 생태계를 바탕으로 일정 관리, 문서 작성 등 여러 일상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제미나이3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 개발자는 “챗GPT와 달리 구글은 에이전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며 “대화하는 AI에서 일하는 AI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脫엔비디아… HBM 시장 계속 커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제미나이3 공개를 계기로 AI 인프라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이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지 않고 챗GPT를 뛰어넘는 AI 모델을 선보였으니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SIC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AI 산업의 무게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추론에 강한 ASIC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IBK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현재 HBM 시장에서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엔비디아 점유율이 2026년 6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AI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HBM이 꼭 필요하다”며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자사 서비스 환경에 안성맞춤인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맞춤형 HBM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