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혐의 및 법리에 다툼의 여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
법원 “법리 및 혐의 다툼 여지”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 없어”
추가 공범 수사 없이 마무리 수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구속영장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의 12·3 불법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추 의원을 구속해 ‘대통령과 당시 여당 원내대표’의 내란 공범 고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과잉 수사”라는 국민의힘 측 반발을 불러오게 됐다. 여권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잇단 영장 기각을 문제 삼으며 내란전담재판부 추진과 같은 법원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이정재 부장판사는 2일 오후 3시부터 9시간 가까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3일 오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한 점,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점,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등을 기각 이유로 밝혔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의원총회를 열겠다면서 소집 장소를 국회→당사→국회 예결위 회의장→당사 등으로 수차례 바꿔 공지해 개별 의원들의 계엄 해제요구안 심의·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돕기 위해 고의로 표결 방해 행위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본회의 표결에 참여한 이는 단 18명이었다.

특검팀에 따르면, 추 의원은 계엄 선포 뒤 오후 11시 전후로 홍철호 전 정무수석,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각각 통화하면서 ‘국무위원과 참모들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포를 강행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계엄이 실체적 명분도,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음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오후 11시 22분쯤에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2분간 통화를 했다. 특검팀은 이 때 윤 전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했고, 추 의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팀은 추 의원이 통화를 마치고 오후 11시 48분쯤 국회 본관으로 이동하면서 군 헬기가 진입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본회의장이 아닌 원내대표실로 향한 점에 주목한다. 이후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다는 사실, 시민과 국회 관계자들이 이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고 계엄군이 철수할 때까지도 추 의원은 아무런 조치나 입장 표명 없이 원내대표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날 심문에서 741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304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추 의원의 구속수사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탈당하고 국회가 군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마땅히 할 역할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범죄의 중대성”이라고 밝혔다. 특검 자체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한 국민의힘 측 인사들의 수사 비협조 태도 등으로 볼 때 관련자들간 말 맞추기,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도 법정에서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추 의원과 국민의힘 측은 법원의 판단을 반기는 분위기다. 추 의원은 그 동안 경찰의 국회 봉쇄, 한동훈 당시 당대표와의 혼선 탓에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서는 “담화 내용을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계엄 협조 요청을 했다는 주장을 ‘반대 증거를 무시한 궁예식 관심법’이라고 맞서왔다. 이날 법정 출석 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편향성 없는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14일로 수사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추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보다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범 여부 수사도 일부 예상됐지만 이날 박 특검보는 “추가로 다른 공범이라든가 하는 수사로 확장할 것 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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