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에 마약 팔면 공격 대상…지상 공격도 곧 시작”
콜롬비아 언급하며 “마약 유통국 공습”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 강하게 반발
헤그세스 “전장의 안개 탓 생존자 못 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 도중 다른 사람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을 지상이나 다른 국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콜롬비아를 대표적인 코카인 제조국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 연안에서의 ‘마약 운반선’ 의심 선박 공습을 옹호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트럼프 “지상공격 시작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미국 내 마약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줄어들었다며 “우리(행정부)가 공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상에서도 그런 공격을 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훨씬 쉬울 뿐만 아니라 나쁜 놈들이 사는 곳들도 알고 있다. 금방 시작할 것”이라고 작전 확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를 향해서도 위협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상공격’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들이 특정 국가를 통해 (마약을) 들여오거나 펜타닐 또는 코카인 제조 시설을 짓고 있다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뒤 “콜롬비아라는 나라가 코카인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그곳에는 코카인 제조 공장이 있고, 그들이 만든 코카인을 우리에게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코카인 제조국’ 오명을 쓴 콜롬비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나는 미사일 없이도 집권 기간 동안 1만8,400개의 마약 실험실을 파괴했다”며 “미국의 코카인 유통을 가장 많이 차단한 나라가 있다면 바로 콜롬비아”라고 밝혔다. 이어 페트로 대통령은 “우리의 주권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 선포와 다름 없다”며 “200년간의 외교 관계를 해치지 말라”고 썼다.
또 다시 해군 제독에게 책임 돌리기
이날 각료회의에서는 ‘마약 운반선’ 공격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마약 운반선을 타격하고 테러리스트들을 바다 밑바닥으로 처넣는 일을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그들은 미국 국민들을 중독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9월 2일 첫 공습을 시작으로 카리브해 연안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총 22차례 공격했다. 해당 작전으로 살해된 인원 수는 83명에 달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이 실제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자신이 무력화된 공습 대상 선박에 2차 공격을 지시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장의 안개(fog of war·불확실한 상황)’ 탓에 1차 공격 이후 생존자를 보지 못했다”면서 자신이 2차 공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헤그세스 장관은 “지휘관이 (2차 공격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는 그럴 수 있는 완벽한 권한이 있었다”면서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2차 공격이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 명령에 따른 전날 백악관 발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