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안 바뀐 오세훈… 법원은 왜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유죄로 봤나
장수현 기자
여론조사 10회 중 5회 의뢰·대납 인정
“오세훈 요청 없었다면 입금 이유 없어”
명태균 진술 신빙성도 일부 받아들여
오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 항소 계획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조형우)는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에게 총 5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2,100만 원을 대납시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전체 공소사실(총 10회 여론조사, 3,300만 원 비용 대납) 중 일부지만, “오 시장이 (이들 여론조사에) 의뢰한 비용은 ‘정치자금'”이며 “제3자가 대신 지급하면 이는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과 명씨 간 조사 의뢰·대납 논의가 오갔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별 전후 정치적 상황, 관련자 소통 정황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었다.
“단기간에 세 차례 조사는 비용 확신 있었기 때문”

오세훈(왼쪽부터) 서울시장,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한정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부는 먼저 오 시장이 먼저 명씨를 접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됐던 오 시장이 나경원 후보에 앞서는 결과를 위해 명씨에게 조사를 의뢰했다고 본 것이다.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는 재정 문제로 여론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2021년 1월 20일 명씨가 오 시장,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만난 직후 실제로 첫 번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재판부는 “단기간에(1월 22~29일) 세 차례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실시한 건 여론조사에 관한 의뢰를 받고 비용에 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원자 김한정씨는 세 차례 여론조사 후 명씨 측에 전달한 1,000만 원을 “개인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 시장 측) 요청이 없었다면 입금할 이유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씨가 (당시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명씨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거금을 지급했을 걸로 보이진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명씨의 진술 신빙성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는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그의 진술 대부분은 배척됐다. 김 여사가 무죄 선고를 받은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일부 과장되긴 했지만 진술 중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오 시장이 1월 22일 통화로 ‘나경원 이기는 조사’를 의뢰했다는 진술의 경우 재판부는 “의뢰를 받은 구체적인 시간, 장소는 믿을 수 없지만 적어도 (오 시장이) 1월 22일 조사를 의뢰해 이뤄졌음은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기 때문에 오 시장이 의뢰한 게 아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불능미수에 그쳤다”는 오 시장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오세훈 측이 명씨에게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한 것이라거나, (조사 표본이) 부풀려져 실제와 다를 수 있단 점만으로 미수에 그친다고 볼 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나머지 다섯 차례 여론조사에 대해선 오 시장의 의뢰나 대납 지시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일부 조사를 “(오 시장 측) 항의를 받고 수습 차원에서 실시했다”는 명씨의 진술 때문이다. 이들 조사 결과가 오 시장이나 강 전 부시장에게 전달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재판 결과. 그래픽=강준구 기자
오 시장은 이날 선고가 진행되는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주문 직후에도 표정 변화 없이 재판부를 응시했다. 오 시장은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을 근거로 선고됐다”고 밝혔다.
- 장수현 기자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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