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영화감독 조롱한 트럼프에 ‘마가’도 질렸다… “비극마저 정치화” 힐난

“反트럼프 편집증이 타인 분노 유발”
비아냥에 지지층·여당도 ‘무례’ 질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미-멕시코 국경수비대에 메달을 수여하는 행사를 주최하며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미-멕시코 국경수비대에 메달을 수여하는 행사를 주최하며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살된 유명 영화감독을 조롱했다. 자신에 대한 병적 증오가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근거 없이 주장하면서다. 얼마 전 우파 인사 암살에 기뻐하던 좌파와 뭐가 다르냐며 그의 지지층과 여당 인사까지 그를 힐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비난한 죄”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유명 할리우드 영화감독 롭 라이너가 분노 때문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으로 알려진 이성을 마비시키는 질병”을 분노 자극 요인으로 지목했다. 근거는 없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국은 라이너의 아들 닉(32)을 부모 살해 혐의로 전날 체포해 구금했다고 이날 밝혔지만 범행 동기나 사건 경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발작 증후군(TDS)이란 반(反)트럼프 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을 보이는 현상을 친(親)트럼프 진영이 병적 증상에 빗대 만든 조어다. 생전 라이너 감독은 인종주의자, 여성혐오자, 바보, 유치한 사람, 나르시시스트, 악랄한 사람 등 온갖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고, 민주당 정치인들을 위한 모금 행사도 자주 열었다.

이날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라이너)는 트럼프에 대한 격렬한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위대함의 목표와 기대치를 모두 뛰어넘고 전례 없을 미국의 황금기가 도래하면서 그의 명백한 편집증은 극에 달했다”고 비아냥댔다.

“좌파와 뭐가 다른가”

마조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11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조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11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선거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내에서도 질책이 나왔다. ‘비극의 정치적 악용’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였다가 반대파로 전향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엑스(X)에 “롭 라이너와 그의 아내는 마약 중독 등 문제를 갖고 있던 아들의 손에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고 남은 자녀들은 비통에 빠졌다. 이것은 정치나 정적(政敵)에 대한 것이 아닌 한 가족의 비극”이라고 썼다.

트럼프 캠프 법무팀 핵심 일원이었던 제나 엘리스도 X를 통해 “우파는 찰리 커크(9월 피격 사망한 우파 청년 활동가)의 죽음을 축하하는 (좌파의) 정치적 반응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며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끔찍한 본보기”라고 힐난했다. 집권 공화당에서도 “부적절하고 무례하다”(토머스 매시 연방 하원의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자신의 게시물을 향해 쏟아진 비난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그는 정신이상자였다. 적어도 트럼프에 관한 한”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라이너를 ‘러시아 사기극(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를 러시아가 지원했다는 의혹)’의 배후 중 한 명으로 꼽으며 “나는 그가 우리나라에 매우 해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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