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트럼프 연준 장악 막는다… “의장 끝나도 이사직 유지”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외 1명

마지막 회견서 “기관 독립성 위험”
‘법적 공세 불씨 남았다’ 판단한 듯
트럼프, “일자리 못 구해서” 비아냥
이란 전쟁, 금리 인하 제동 가능성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 미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마지막 의장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연준을 장악해 금리를 끌어내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시도를 끝까지 가로막을 참이다. 8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관례를 깨고 다음 달 의장직 이임 뒤에도 이사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과반 저지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 정책 회의 뒤 의장 자격으로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의장 임기가 5월 15일부로 종료된 뒤에도 추후 결정될 일정 기간 동안 이사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가 끝난 연준 의장이 이사로 남는 것은 이례적이다. 1948년 의장 임기 만료 뒤 3년간 이사직을 유지한 매리너 에클스가 마지막 사례였다. 78년 만에 관례가 깨지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다.

배경은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의혹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파월 의장 대상 수사다. 이날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자신의 결정과 관련해 “내 우려는 연준에 가해지는 일련의 법적 공격에 대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고려 없이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우리 능력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독립성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떠나지 않으면 연준 이사 7명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이가 3명인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트럼프 집권 1기 임명된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먼에 올 1월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5월부터 가세할 게 유력하다. 인준안이 이날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가결됐고 전체회의 통과도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가 즉시 연준 이사회 공석을 메울 기회가 박탈됐다”고 짚었다.

투사는 아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 미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파월 의장이 잔여 임기를 채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에 대한 수사가 중단됐지만 잠정 상태다. 의장 후보인 워시의 상원 인준 과정에서 수사가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절차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그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연준에 남는 편이 유리하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 출신인 파월 의장은 원래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이었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을 지냈고,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이사가 됐다. 2018년 그를 의장으로 임명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재신임해 4년을 더 했다.

금리를 내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 요구를 파월 의장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악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관세 정책이 주요 배경이었다. 고용 부진 조짐에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 연달아 금리를 내렸지만 관계가 회복되기에는 늦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파월은 어디에서도 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연준에 남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아무도 그를 원치 않는다”고 비아냥댔다. 파월 의장이 떠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날 FOMC는 1, 3월에 이어 세 차례 잇달아 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대(對)이란 전쟁을 물가 상승 압력으로 판단했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투표권이 있는 위원 12명 중 3명이 향후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자는 소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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