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비광’, 신인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찍은 작품” [인터뷰]

김연주 기자

영화 ‘비광’으로 6년 만에 스크린 복귀
극중 여배우 연기한 하지원 “마음 아픈 캐릭터”
26학번 새내기로 새로운 모습

배우 하지원이 영화 ‘비광’으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플레이그램 제공

배우 하지원에게 영화 ‘비광’은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30년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제때 돌보지 못했던 자신을 다독이고, 외면해왔던 고민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단단해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영화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미쓰백'(2018)을 연출한 이지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하지원은 “‘비광’은 신인 때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찍었던 작품”이라며 “‘비광’을 만난 시기에 고민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많이 치유됐다. 현장의 소중함과 연기할 때 느끼는 행복을 다시금 일깨우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원은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에 이어 ‘비광’으로 이지원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비광’은 촬영 전 준비 기간이 길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진행이 1년 딜레이되면서 더 몰입해서 준비할 수 있었다”며 “감독님이 캐릭터를 공들여 숙성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서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지원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작품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분이다. 삽입되는 음악의 악기 하나까지 살펴보는 분”이라며 “편집이나 후반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준비 과정부터 개봉까지 감독님을 곁에서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극중 하지원은 한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톱스타에서 추락한 뒤 악착같이 버텨내는 생계형 연예인 남미를 연기한다. 누구보다 빛나던 과거와 모든 것을 잃은 현재를 오가는 남미의 극적인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영화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플레이그램 제공

하지원은 “남미가 처한 상황과 저의 고민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속 남미를 생각하면 아팠다”며 “사회에 놓인 남미가 안쓰러웠다. 배우라는 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남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본인이 가진 상처와 결핍을 극복하고 이겨나가는 남미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다”고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남미를 연기한다는 건 하지원에게 배우로서,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는 “시나리오 속 어떤 캐릭터로 놓여서 살다 보니 놓치는 게 있었다. 무대에 서 있을 때 제 모습만 돌보다가 무대를 뛰쳐나와 거시적으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다. 지난 시간을 곱씹어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울기도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30년의 내공, 하지원의 내일

이번 영화를 통해 흡연과 욕설 연기에도 도전했다. 하지원은 “흡연은 연습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를 쳐다봤다. 실제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는 서툴렀던 거다”며 “욕설도 그렇다. 평소 욕을 쓰지 않아서 어려웠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주로 작품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하지원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26학번 지원이요’가 그것이다. 24년 만에 학교로 돌아간 그는 잡지 ‘대학내일’ 모델로도 복귀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쉽지는 않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수많은 시도가 저를 확장시키는 것 같다”며 “‘비광’도 마찬가지다. 배우로서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지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1996년 데뷔한 하지원은 드라마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시크릿 가든’, ‘더킹 투하츠’, 영화 ‘폰’, ‘신부 수업’, ‘키다리 아저씨’, ‘1번가의 기적’,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등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수의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하지원은 “작품을 대하는 마음은 똑같다. 열심히 준비하고, 확장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며 “제가 잘해야 하는 거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 김연주 기자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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