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 이겨낸 금빛 찌르기… 펜싱 오상욱, 사브르 개인전 2연패
박주희 기자
결승서 중국 선천펑에 15-13 승리
허리 추간판탈출증 시달리면서도
‘그랜드슬래머’ 위엄 발휘
여자 플뢰레 박지희도 ‘깜짝 은메달’

오상욱이 23일 일본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있다. 도코나메=뉴시스
한국 펜싱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30·대전광역시청)이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은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선천펑을 15-1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오상욱은 2022 항저우 대회와 2024 파리 올림픽에 이어 국제종합대회 개인전에서 3연속 정상을 차지하는 대업을 달성했다.
허리 부상을 이겨내고 따낸 값진 금메달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허리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며 대회를 치러왔다. 하지만 ‘그랜드슬래머'(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는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올해 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와 5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 개인전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2년 만에 개인전 정상을 탈환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오상욱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중국 선천펑을 꺾은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도코나메=뉴스1
그러나 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그는 이번 대회 조별예선 다섯 경기에서 2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대회를 시작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이슬람베크 압다조프(54위·우즈베키스탄)와 캉탱 사이사나 조프루아(496위·라오스)에게 당한 패배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하지만 토너먼트가 시작되자 그랜드슬래머의 저력이 드러났다. 16강에서 휴고 호를 15-9로, 8강에서 로이스 찬록헤이(이상 홍콩)를 15-6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에서도 큰 위기는 없었다. 카자흐스탄의 아르톰 사르키산을 15-9로 가볍게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선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오상욱은 시작과 동시에 과감하게 발을 뻗어 선취점을 올렸지만 이 과정에서 오른 발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날 나온 최대 변수였다. 실제로 오상욱은 4-1로 앞서가다 연달아 점수를 내주며 4-5 역전을 허용했다. 다행히 곧바로 반격을 가해 6-6으로 균형을 맞췄고, 7-7에서 나온 날카로운 런지 공격으로 8-7로 앞선 채 1피리어드를 마쳤다.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에서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하지만 2피리어드에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오상욱은 내리 4점을 허용하며 8-11로 재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승부처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오상욱은 11-13으로 몰린 상황에서 스피드와 긴 신장을 이용한 런지 공격 등으로 내리 4점을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오상욱의 우승은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에도 의미가 깊다. 한국 사브르는 2010 광저우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구본길이 3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오상욱이 다시 2연패를 추가하며 이 종목 5회 연속 금메달의 대업을 달성했다.

박지희가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개인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앞서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는 박지희(25·서울특별시청)가 깜짝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결승에서 우에노 유카에 4-15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박지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리스트 전희숙 이후 8년 만에 개인전 결승에 오르며 여자 플뢰레의 미래를 밝혔다.
앞서 여자 에페 송세라의 금메달과 남자 플뢰레 윤정현의 동메달을 품에 안은 한국 펜싱 대표팀은 이날 오상욱과 박지희의 입상으로 4개째 메달을 수확, 펜싱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 박주희 기자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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