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공모가 135달러 확정…시초가 150달러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스페이스X, 시초가 150달러로 개장
월가, 14년 전 ‘페이스북 상장 악몽’ 우려
하반기 앤스로픽·오픈AI 상장에도 촉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호손에 위치한 스페이스X 간판.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조달 금액과 기업 가치 모두 기업공개(IPO) 최대 기록을 세웠다. 스페이스X는 이날 공모가에서 약 11% 오른 15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스페이스X는 전날 5억5,560만 주를 주당 135달러에 공모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상장을 앞둔 기업은 예비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고 IPO 가격은 실제 개장과 함께 결정되지만, 스페이스X는 이례적으로 예비 공모가를 못 박아 발표했다.

전통적인 IPO 가격 책정 관행을 탈피한 이 같은 방식은 당초 배정된 주식 수보다 4배나 많은 청약 수요를 끌어모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막판 주당 가격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을 없애 투자자들의 수익률 계산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며 매수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만약 상장 이후 초과 청약이 이뤄질 경우 투자은행들은 추가로 8,330만 주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이 경우 11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게 된다고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분석했다.

스페이스X의 시장가치는 공모가(135달러) 기준 1조7,700억 달러(약 2,700조 원)에 달해 글로벌 상장 기업 상위 10위 안에 안착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으로 750억 달러(약 113조8,000억 원)를 조달하게 되며, 이는 2019년 아람코가 세운 294억 달러(약 44조6,300억 원)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나스닥과 나스닥 텍사스에 상장된 스페이스X는 티커 심볼(식별기호) SPCX로 거래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소재 메타 본사 앞으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월가 안팎은 이날 거래 첫날 장 개시 시점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14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현 메타) 상장 당시 악몽이 되풀이될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스템 점검에 안간힘을 쏟은 것이다. 나스닥 등 거래소들은 몇 주 전부터 대규모 시스템 시험 운영을 해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2012년 페이스북의 160억 달러(약 24조3,200억 원) 규모 IPO 당시, 나스닥 거래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거래가 체결됐는지 여부를 놓고 몇 시간 동안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졌다. 시타델 시큐리티스 등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월가 트레이딩 회사들은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나스닥은 이 사태로 약 4,200만 달러(약 639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1,000만 달러(약 152억 원)의 벌금까지 부과받았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나스닥은 상장 첫날 거래 개시를 관리하는 주문 모니터링 시스템 ‘북뷰어’를 업그레이드하고 백업 거래 플랫폼을 마련했으며, 한 달간 고객들을 모의 IPO에 초대하는 주말 예행연습에 돌입했다. 시타델 시큐리티스, 제인 스트리트 등 주요 트레이딩 회사들도 대규모 고객 주문에 대비한 내부 시스템 부하 점검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스페이스X 상장은 실전이자 하반기 IPO 예행연습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상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상장 여파가 스페이스X 자체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초대형 상장이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X 상장은 실전인 동시에 두 AI 기업 상장의 ‘미리보기’ 성격도 띠는 셈이다.

실제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주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1조7,700억 달러라는 기업 가치로 공모가를 책정한 스페이스X가 손실을 안길 것으로 우려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스페이스X 주가가 오른다면 “과대 선전과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스페이스X의 IPO 신고 서류 어디에도 회사 가치가 2조 달러는커녕 1조 달러의 가치가 있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없다”고 썼다.

개인 투자자 배정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거래에 정통한 한 익명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누구도 이 정도 규모의 IPO를 시도한 적이 없고, 개인 투자자에게 이렇게 많은 물량을 배정하려 한 적도 없다”며 상장 후 혼란스럽고 변동성이 큰 상장 후 거래 시장(애프터마켓)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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