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구호선단 활동가 430여 명 전원 추방
곽주현 기자
국제적 비난 거세지자 서둘러 추방 조치
네타냐후, 극우 장관에 이례적 질책

가자지구로 향하던 ‘글로벌 수무드 함대’ 소속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당국에 구금돼있다 추방돼 21일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으려 했던 430여 명의 시위 활동가들을 모두 추방했다. 이들에 대한 당국의 부적절한 대우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자 서둘러 사태를 진정시킨 모양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구금돼 있던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 430여 명 전원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체포됐던 이들 중 이스라엘 국적 활동가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중 대부분은 튀르키예에서 보낸 전세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빠져나갔으며,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일부 인접국 출신 활동가들은 육로를 통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2명의 경우 구금 시설로 이송되지 않고 곧바로 추방 조치됐으며 22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당국이 활동가들을 서둘러 내보낸 것은 전날 한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이 국제적으로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집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엑스(X)에 올린 영상에는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은 활동가들이 등장하고, 벤그비르 장관을 비롯한 요원들이 이들을 거칠게 다루고 조롱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즉시 다수 유럽 국가를 포함해 30개국이 강력히 규탄했고, 영국, 이탈리아 등 8개 국가는 자국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질책하고 설명을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벤그비르 장관을 질타한 뒤 “그가 활동가들을 대하는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가능한 한 빨리 활동가들을 추방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 장관의 도발적 행동을 묵인해왔지만,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 벤그비르에 대한 제재 조치를 공식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비호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포된 문제의 선박들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약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가자지구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수백 명의 활동가들의 모임 ‘글로벌 수무드 함대’ 소속이다. 이스라엘은 이들을 “가자에 구호물자를 전달할 실질적 의도도 없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위해 벌이는 홍보용 쇼”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해안 접근을 저지하고 있다.
- 곽주현 기자zo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