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 ‘고배’… 독일 업체 선정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외 1명

TKMS와 협상… ‘나토 벽’ 못 넘은 듯
박빙 승부… 韓방산경쟁력 입증 성과

마크 카니(앞줄 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6일 자국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의 HMC 조선소에서 차기 잠수함 건조 사업자를 발표하고 있다. 핼리팩스=AP 연합뉴스

60조 원 규모 캐나다 초계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CPSP) 수주전(戰)에서 독일 업체와 경쟁해 온 한화오션이 대서양 동맹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들었다. 캐나다 정부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차기 잠수함 건조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러 지정학 환경 강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15분쯤 자국 해군 대서양 함대 모항이 있는 노바스코샤주(州) 항구 도시 핼리팩스에서 CPSP 우선협상대상자를 독일의 TKMS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대로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등 “권위주의 정권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며 지정학적 환경을 거론한 뒤 국방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사업 수주에 실패한 한국도 위로했다. “역량이 아주 뛰어난 두 업체 사이에서 어렵고도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역동적이고 신뢰 가능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인 독일과 노르웨이(독일 잠수함 공동 설계국), 한국은 캐나다의 핵심 전략 파트너”라고 말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 2030년대 중반 퇴역하게 할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을 대체할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 비용에 도입 뒤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에 들어갈 비용까지 합칠 경우 사업 규모는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적격후보군(쇼트리스트)에 올라 결선에 진출한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팀과 독일 TKMS는 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1년 넘게 경쟁을 벌여 왔다. 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한국 정부는 빠른 납기 및 기술력을, 독일 정부는 서방 안보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 등을 내세우며 각각 캐나다 정부를 설득했다.

한국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Batch)-Ⅱ와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설계한 ‘타입 212CD’ 잠수함 둘 다 캐나다군이 요구하는 작전운용성능을 충족하는 만큼 절충교역 등 경제적 혜택과 더불어 지정학적 고려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었는데, 결국 캐나다의 선택은 범대서양 안보 협력 심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니 총리가 7일부터 이틀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러 가기 직전에 해당 발표가 이뤄졌다.

협상 결렬 땐 한화에 기회

지난해 10월 30일 데이비드 맥긴티(왼쪽부터) 캐나다 국방부 장관, 김민석 당시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거제=AP 뉴시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APFC)에 따르면 독일은 나토 잠수함 전력의 약 70%를 공급하는 국가다. CPSP 수주 시 독일·노르웨이에 캐나다까지 총 24척의 잠수함 전력을 함께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의 대(對)나토 안보 공약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나토 동맹과의 협력 관계, 독일의 안정적인 나토 상대 잠수함 공급 이력 등을 더 많이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 입장에서는 ‘나토의 벽’을 넘는 게 이번 수주전의 중요 과제로 지목돼 왔지만 결과적으로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잠수함 기술 선도국이자 나토 핵심국인 독일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게 한국 방산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발표에서 지명된 곳은 우선협상대상자다. 계약 최종 확정까지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캐나다 정부는 차순위 입찰자 한화오션과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해 나토 회원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기로 약속했고, 이번 프로젝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캐나다 정부 노력의 일환이다. 캐나다가 새로 건조된 잠수함을 구매하는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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