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닉스 전망에 적금 깼는데…” 돌연 눈높이 낮춘 증권가에 개미 분통
전유진 기자
한투·미래·현대차증권, 전망치 하향
실적 발표 2주 남아… 투자자 불안↑
“증권사 투자의견·목표주가 치우쳐”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 연합뉴스
SK하이닉스를 향한 장밋빛 전망에 급제동이 걸렸다. 증권가가 실적 추정치를 잇달아 낮추면서 개인 투자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9.90포인트(0.73%) 오른 6,856.8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저가 매수 수요가 맞물린 영향에 6,400~6,900선에서 등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은 15.38포인트(1.92%) 하락한 783.98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49.76까지 추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일시 효력 정지)가 또 발동됐다.
코스피 상단을 제한한 건 개인 투자자 매도세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520억 원, 3조2,16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4조1,42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개인은 이날 하루에만 SK하이닉스 주식을 2조5,440억 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장중 4.74% 하락한 175만7,500원까지 추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만회, 3.69% 오른 191만3,000원에 마감했다.
실적 눈높이를 낮춘 증권사 보고서가 줄줄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0조7,000억 원에서 62조3,000억 원으로 약 12% 낮췄다. 현대차증권도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기존 전망치를 각각 3.1%, 1.6%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전날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약 8% 하회하는 60조4,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도 기존 대비 각각 9%, 11% 낮췄다. 증권사들은 장기공급계약으로 인해 시장 가격 상승분이 실제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의견 극단적으로 치우쳐”
불과 한 주 전까지 SK하이닉스에 대한 장밋빛 관측이 쏟아졌던 만큼 시장 충격은 컸다. 상상인증권은 3일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86조5,000억 원과 66조2,0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KB증권도 9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290조 원, 468조 원으로 제시했다. 향후 실적 전망치가 추가로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발표를 약 2주 앞두고 눈높이가 급격히 낮아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직장인 김모(31)씨는 “목표주가를 400만 원까지 올린 보고서들을 보고 적금을 깨 270만 원대에 진입했다”며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얘기가 많아 주가가 떨어져도 계속 버텼는데, 이제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증권가 리포트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중 ‘매수’ 또는 ‘적극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67.3%에서 2010년대 89.6%, 2020~2024년 93.1%로 꾸준히 증가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대 이후로 투자의견이 치우치는 정도가 매우 극단적”이라며 “목표주가나 이익 예측치에서도 낙관성이 명확하게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증권사 대표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업계의 자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증권사들은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고와 안내를 확대하고,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추진키로 했다.
- 전유진 기자noo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