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사살 명령은 전쟁범죄”… ‘마약선 격침’ 공화당도 등 돌려

美국방 부인에도 의회서 진상 조사 공감대
민주 “초법 살인”… 트럼프도 “왜 2차 공격”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토도밍고=EPA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토도밍고=EPA 연합뉴스

의회 승인 없이 석 달 새 80명 넘게 죽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약 운반선 격침 작전에 여당인 공화당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방부(전쟁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여러 번 공격해서라도 생존자를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다.

“선 넘은 것 아닌가”

미국 연방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공화당 12선 중진 의원 마이크 터너(오하이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9월 2일 마약 밀매 의심 선박 공습 당시 미군이 헤그세스 명령대로 첫 공격 뒤 생존자 2명을 2차 공격으로 마저 제거했다는 이틀 전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와 관련해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그런 일이 불법 행위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5선 의원 돈 베이컨(네브래스카)도 이날 미국 ABC방송에 나와 “(헤그세스가) 생존자도 죽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그것은 명백한 전쟁법 위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컨은 예비역 공군 준장이다.

애초 마약선 공격을 ‘사법 절차 없이 자행되는 살인’에 빗대 온 민주당에서는 상원 거물급이 앞장서 위법 가능성을 부각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상원 군사위 소속 3선 의원 팀 케인(버지니아)은 CBS에 “사실이라면 전쟁 범죄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에 포함됐던 상원의원 마크 켈리(애리조나)도 미국 CNN방송에 출연, “지휘 계통에 있는 누구든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을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헤그세스 믿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헤그세스는 WP 보도 직후 불법성을 부인했다. 지난달 28일 엑스(X)를 통해 “카리브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작전은 미국법과 국제법하에서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도에 포함된 사건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논란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둘 다 공화당 소속인 연방 상·하원 군사위원장은 진상 파악과 국방부 감시 강화 방침을 지난달 28, 29일 각각 천명했다. 의회에서는 전부터 의회 승인을 건너뛴 트럼프 행정부의 카리브해 마약선 격침 작전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약속했던 미국우선주의 외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실망감이 공화당 내에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전의 합법성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백악관과 의회 공화당이 이례적으로 이견을 노출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플로리다주(州)에서 연휴를 보내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그것(WP 보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나라면 그것(2차 공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피트의 말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9월부터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최소 21차례의 공습으로 적어도 83명을 살해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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