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물던 백악관 인근서 또 총격전…”21세 정신질환자 소행”
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
트럼프 “비밀경호국·법집행기관에 감사”

2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총성이 울린 뒤 경찰이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인근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들려 백악관이 한때 봉쇄됐으며 총격 용의자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의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워싱턴=AP 뉴시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또다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지 약 한 달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관저 안에 머물고 있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백악관 단지 외곽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 인근 검문소에서 무장한 남성이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비밀경호국과 경찰은 즉각 대응 사격에 나서, 범인을 제압했다. 앤서니 굴리엘미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범인이 가방에서 무기를 꺼내 거리에 배치된 경찰을 향해 발포하기 시작했다”며 “비밀경호국 경찰이 대응 사격을 가해 용의자를 명중시켰으며,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고 밝혔다.
총격 과정에서 행인 1명도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용의자의 총탄에 맞았는지, 경찰의 대응 사격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밀경호국 요원 가운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ABC뉴스 백악관 출입기자인 셀리나 왕은 이날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총성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백악관 북쪽 잔디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영상 촬영 도중 총소리가 들렸다”며 “수십 발의 총성이 들린 것 같다. 우리는 지금 브리핑실로 전력 질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적었다. 영상에는 그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발언하던 중 총성이 연달아 울리자, 몸을 낮춰 테이블 아래로 숨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CNN방송도 백악관 북쪽 잔디밭에서 대기 중이던 자사 기자들도 총성을 듣고 브리핑실 내부로 긴급 대피했다고 전했다.

셀리나 왕 ABC뉴스 백악관 출입기자가 23일 올린 엑스(X) 게시물에는 수십 발의 총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X 캡처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관저 안에 있었던 덕분에 총격 사건에서 무사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비밀경호국과 법집행기관들의 신속한 조치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이 총격범은 폭력 전과가 있었고, 이 나라의 가장 소중한 건물인 백악관에 집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비밀경호국에 따르면, 사살된 용의자의 신원은 메릴랜드 출신의 21세 남성 나시르 베스트로 확인됐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이전에도 백악관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WP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베스트는 지난해 7월 백악관 단지에 무단 침입하려다 기소됐다. 그는 당시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면서 경찰관들에게 “나는 예수이며 체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은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이 열린 워싱턴 힐튼 호텔 인근 보안검색 구역에서 무장 괴한이 총격을 가하다 제압됐다. 이달 4일에는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워싱턴 기념탑 남동쪽 교차로에서 총기를 소지한 용의자가 법집행 요원들을 향해 발포해 요원들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 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jyp@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