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보수, 결국 심판 받았나… MB·박근혜 등판에도 참패
염유섭 기자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정청래(앞줄 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6·3지방선거일인 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며 대화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대한민국 국민은 성찰 없는 보수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6·3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힘은 정권 견제론을 내세우며 선거 막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등판시키며 보수 결집에 힘을 쏟았지만 끝내 서울은 물론 대구에서도 유권자의 냉대를 받았다. 12·3 불법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대로 된 반성과 보수 쇄신에 실패한 후과가 커 보인다.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한 데 더해 합리적 보수 성향 유권자들까지 보수 제1당인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면서 사실상 완패를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4일 대구 수성구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구=뉴스1
민주당, 경상도 빼고 싹쓸이… 보수 심장 대구도 고전
4일 오전 1시30분 현재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구와 경남·북을 제외한 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와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를 제외하곤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모두 열세를 보였고, 전통적 ‘보수텃밭’인 대구조차 여야 후보들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지선 최대 격전지로 국민의힘이 필승을 다짐했던 서울에선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56.68%를 득표해 차기 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16.01%포인트(p) 앞섰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오 후보가 송영길 당시 민주당 후보를 19.8%p로 크게 꺾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민심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도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4.27%p 앞섰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선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51.22%,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47.74%를 득표하며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압도적 승리를 자신한 국민의힘으로선 굴욕인 셈이다. 여야 대표가 세 번에 한 번꼴로 달려갔던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도 민주당이 독식할 것이란 전망이다. 충남에선 박수현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53.69%로 재선에 도전한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46.30%)를 앞섰다. 국민의힘은 경북과 경남에선 이철우 후보와 박완수 후보가 각각 66.98%, 51.43%를 기록하며 우위를 점했다. 4년 전 12석에서 3석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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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뉴스1
반성 없는 국민의힘에 등 돌린 중도층·합리적 보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열린 이번 지선은 지방권력 재편을 넘어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도 없지 않았다. 여야는 각각 ‘국정 안정론’과 ‘정권 견제론’을 내세우며 맞섰다. 국민의힘은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차지한 “정권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국민은 “계엄 사태에 대한 진정한 반성부터 하라”고 답한 모양새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한, 국민의힘의 자충수가 초래한 결과라는 평가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 김문수 전 장관 등 보수 진영의 모든 자산을 총동원하고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점은 강성 지지층만 바라 볼 경우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비토’ 정서는 더욱 커진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전통적 보수 텃밭인 대구조차 민주당에 근소하게 앞서며 전통적 지지기반도 흔들렸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쇄신이 없다면 보수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도 더 이상 표를 주지 않겠다는 강한 경고를 받았다.
국민의힘 주요 후보들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당과 거리를 두며 인물 경쟁력을 부각하려 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한 점도 뼈아프다.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장동혁 대표와 단 한 차례도 공개 행보를 펼치지 않을 정도로 선을 그었고, 다른 후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당과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에겐 똑같은 ‘국민의힘’으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당 차원에서 계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분명한 절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보수 진영 내 세대교체와 노선 재정립이란 과제가 주어졌다.
강성 지지층에만 소구한 민주당에도 남은 과제
민주당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광역자치단체 최대 13곳 승리라는 큰 성과를 일굴 가능성이 커졌지만, 당초 예상됐던 압승과는 거리가 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추격을 허용하며 위기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종 개표 결과에 따라 승패 예측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오후 6시 발표된 지상파 출구조사(KBS·MBC·SBS)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대부분 지역에서 여야 후보 격차는 한자리수였다. 서울에선 정 후보가 오 후보를 상대로 5.4%p 앞섰고, 부산에서도 전 후보가 박 후보를 1.9%p 앞섰다. 충남 충북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 승리에 도취해 강성 지지층에만 기댄 강경 노선을 고집할 경우 2028년 4월 총선에선 예상 밖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도층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지금과 다른 정반대의 선거 결과를 받아들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지선 완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보 쇄신과 국민 통합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는 평가다.
- 염유섭 기자yuseob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