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 날 ‘아주 긴 연설’로 체력 뽐내겠다는 트럼프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뭐든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줄 터”
美건국 250돌 인파 열사병 우려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으로 기온이 섭씨 38.3도까지 올라간 2일 미국 워싱턴의 링컨기념관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온 섭씨 40도 이상 폭염이 예보된 미 건국 250돌 기념일의 야외 심야 연설을 아주 길게 하겠다고 예고했다. 80세 고령에도 끄떡없는 체력을 뽐내겠다는 것이다. 불꽃놀이 구경을 나온 미국인들의 귀가가 늦어지게 생겼다. 무더위에 오래 노출된 사람들은 열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산하 조직이자 미국 건국 250주년 행사 주최 측인 ‘프리덤 250’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4일 오후 9시 45분쯤 미 수도 워싱턴 도심 잔디 공원 내셔널몰에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행사의 절정인 불꽃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쳐야 시작된다. 통상 오후 9시쯤이던 시작 시간이 최소 1시간 반은 늦어질 것이라고 주최 측은 공지했다.
85만 발에 이르는 폭죽을 쏴 올려 기존 기네스 기록(81만 발)을 경신한다는 게 주최 측 계획인데, 40분간 포토맥강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장관을 보려면 일러도 밤 11시까지는 기다려야 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노스다코타주(州)에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전 미 대통령)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7월 4일 기온이 약 (화씨) 107도(섭씨 41.7도)까지 오를 텐데, 나는 거기에 가서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정말 긴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제때 연설을 시작하는 경우가 좀체 없는 데다 한 번 했다 하면 1시간을 넘기기 일쑤라, 늦으면 밤 12시를 넘어 이튿날 불꽃놀이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비밀경호국(SS) 측 예상이다.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건국 250주년 기념 ‘위대한 미국 주 박람회(Great American State Fair)’의 행사장 내 미 농무부 전시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가 설치돼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행사를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을 심산이다. 80번째 생일 이튿날인 지난달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해당 행사를 ‘트럼프 집회(Trump Rally)’로 이름 붙이며 “여러분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연설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의 노익장은 많은 미국인들을 고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시(市)경찰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독립기념일 행사 중 올해 행사의 보안 조치가 가장 강할 것이라고 알린 상황이다. 당일 오후 1시부터 내셔널몰 일대 차량 운행이 제한되고 공항 보안검색대처럼 입장 대기 줄이 마련된다. 대규모 인파가 폭염을 피할 곳이 없는 야외에 장시간 머무르게 돼 온열 질환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게 미국 언론들 지적이다. 내셔널몰 내 워싱턴기념탑 주변에 설치된 행사 관람 구역의 수용 인원만 15만 명에 이른다.
현재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동부에는 강력한 열돔 현상이 나타나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기온은 38.3도로 1898년 역대 최고 기온과 같은 수준까지 올랐다. 건국 250주년 기념이나 월드컵 관련 야외 행사들은 시간이 대폭 단축되거나 아예 취소됐다.
미국과 휴전 중인 이란은 미국이 건국 250주년을 자축하는 올해 독립기념일을 개전 첫날 암살당한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 날로 잡았다. 많으면 2,000만 명이 당일 수도 테헤란에 모일 것으로 관측됐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