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 속 ‘대형 산불’까지 확산…”기후변화의 위기 겪고 있다”
신혜정 기자
폭염 이달 중순까지 예상…산불도 길어질 듯

프랑스 피레네조리앙탈주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이틀째인 5일 인근 지역이 불타고 있다. 피레네조리앙탈=AFP 연합뉴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서 대형 산불이 확산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유럽을 뒤덮은 폭염으로 고온 건조한 기후가 형성된 와중에 강풍이 불면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은 화재 진압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폭염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산불을 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남부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에는 지난달 말 시작된 산불이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누 프랑스 총리는 이날 남부 마르세유에서 개최한 위기 대응 회의에서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약 8,700헥타르(㏊)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 중 1,200ha는 이달 1일 하루 동안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됐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조리앙탈주에서 페르피냥 동쪽의 산간지대까지 약 1,500ha에 달하는 면적에도 산불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4일 개막한 세계 최대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드프랑스가 열리는 곳과 가까워 관계 당국은 계획대로 경기를 진행할지, 아니면 장소를 조정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진화를 위해 소방관 750명, 소방차 200대 등이 동원됐지만 이날 제3스테이지의 결승선이 있는 레장글에서 약 60㎞ 떨어진 곳에도 불이 나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포르투갈 중부 부젤라에는 2일부터 사흘 넘게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소방관 1,200여 명과 소방장비 400여 대, 소방항공기 15대가 투입돼 진화 작업 중이다. 하지만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EU의 코페르니쿠스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4일까지 포르투갈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면적은 1만2,000ha에 달한다.
스페인 북동부 코스타브라바 해안 인근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이틀 만에 2,200㏊가 불에 탔다. 스페인 소방당국은 산불이 40km에 달하는 경계선을 형성하며 번지고 있는 데다, 기온이 오른 탓에 화재 진압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도 풀밭에 난 불이 강풍을 타고 재활용 공장으로 번져 유독가스를 내뿜는 큰불이 발생했고, 수도 아테네 서쪽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소방 헬리콥터 29대가 투입됐다.
프랑스 기상청과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등에 따르면 이번 폭염이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산불과의 사투도 길어질 전망이다. 프랑스 피레네오리앙탈주 산악지대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에릭 벨조이노 프랑스 소방청 대령은 AFP에 “아직 7월 초이지만 우리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겪고 있다”며 “이번 시즌은 소방대원들에게 매우 길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4개국의 구조대를 그리스, 프랑스, 포르투갈 등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에 미리 파견해 산불 대비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 신혜정 기자aret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