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동거? 독립 실패 아니야”… 美 20대 절반은 ‘캥거루족’
이현주 기자
WSJ “청년들 현명한 경제 관념 보여 준다”
성인 자녀들, 생활비 아끼려 부모 집에 거주
주거비 급등·물가 상승·학자금 대출 부담 탓

게티이미지뱅크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의존을 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의 증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20대의 절반가량이 부모의 집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주거비와 물가 폭등 탓이다. 대학 졸업 또는 취업 후 부모 품을 떠나 독립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생활비 절약 방식의 하나이자 새로운 가족 형태로 ‘부모와의 동거’가 청년층 사이에서 자리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부모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한때 독립에 실패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현명한 경제 관념을 보여주는 일이 됐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현상을 뒷받침하는 통계 결과도 제시됐다. 신문이 인용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거주 중인 30세 미만 성인 중 49%는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했다. 2019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이들 중 약 3분의 1은 25세 이상이었다.
WSJ는 만성적인 물가 상승과 높은 주거비가 청년들에게 ‘부모와의 동거’를 불가피한 선택지로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미국 전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40만 달러(약 6억 원)에 달하고, 도시 지역의 (주택) 임대료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많은 대학 졸업생이 수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 빚을 떠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년 전만 해도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흑인 가정에선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게 일반적 현상이긴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인종과 관계없이 많은 20대가 본가로 복귀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부모의 집에서 사는 성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집에 사는 딸(Stay-at-Home Daughters)’ 또는 ‘집에 사는 아들(Stay-at-Home Sons)’ 등의 표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족의 삶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이들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부모와의 동거가 ‘경제적 독립 실패’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 이현주 기자memor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