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겼다… ‘신공지능’ 신진서, AI 카타고에 ‘2승 1패’ 역전승
성환희 선임기자
221수 만에 흑 11집반 대승…10년 전 이세돌 패배 설욕
“이세돌 사범님에 비하면 부족…2점에 이긴다고 확신 못 해”
박정상 해설위원 “10년간 일상 속에 파고든 AI 학습 효과 컸다”

신진서 9단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국에서 바둑 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윤기훈 인턴기자
세계 최강 프로기사 신진서(26) 9단이 인공지능(AI)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인류의 희망을 쐈다.
신 9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 3국에서 현존 최고 성능의 바둑 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221수 만에 11집 반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이었지만 신 9단은 1국 패배 후 2국과 3국을 내리 잡고 2승 1패로 역전승, AI와의 공식 대국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인간이 됐다. 신 9단은 대국당 5,000만 원씩 1억5,000만 원의 대국료와 함께 1승당 5,000만 원 승리 수당이 쌓여 1억 원 등 총 2억5,000만 원을 챙겼다. 2승 부상으로 고급세단 제네시스 G90도 받았다.
이번 대결은 2016년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당시만 해도 인간이 AI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었기에 전 세계 2억여 명이 숨죽여 지켜봤고, 이 9단이 패배(1승 4패)하자 바둑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9단은 알파고와 핸디캡 없이 호선으로 맞붙었지만, 이번엔 입장이 바뀌어 신 9단이 2점을 깔고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신 9단은 18집 반이 유리한 가운데 예상 승률 99%에서 최종 3국을 시작했다. 카타고는 1·2국과 달리, 3국을 소목으로 출발하며 변화를 줬다. 신 9단은 잠시 고민하다가 우하귀 소목을 첫 수로 두며 대응했다. 이후 별다른 전투 없이 집싸움에 충실하면서 3시간 20여 분, 221수 만에 손쉽게 대국을 마무리했다. 1국에서는 70수, 2국에서는 160수 만에 승률 99%가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이날은 95% 아래로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을 만큼 완벽한 승리였다.
신 9단은 “10년 전 이세돌 사범이 알파고에 거둔 1승과 비한다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AI에게 버틸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 작게나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타고에 대해선 “AI는 완벽한 것이 약점인 것 같다”며 “불리해도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인간 바둑은 상황에 따라 승부수와 묘수를 던지는 게 매력”이라며 “그래도 AI를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게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신 9단은 “2승 1패를 하긴 했지만, 아직 2점에 이긴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 향후 AI와 재대결 시 치수 조정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바둑 전문가들은 신 9단이 1승이라도 거두면 성공이라고 내다봤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간과 AI의 격차는 벌어지기만 했고, 한때 최대 6점을 깔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회 전부터 카타고를 연구해 온 신 9단은 치열한 수읽기 끝에 승리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안겼다.
박정상(9단) 해설위원은 “지난 10년간 인간이 학습하지 않았다면 3점 접바둑으로도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일상 속에 파고든 AI를 통해서 끊임없는 훈련을 해 왔고, 인간의 전략이 얼마나 위대한지 증명한 승부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성환희 선임기자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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