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줄였더니 반전… 애플, 엔비디아 제치고 시총 1위 탈환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13개월 ‘시총 1위’ 지켜온 엔비디아, 애플에 밀려
MS·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내년 자본지출
올해 1000조, 내년 1300조…투자자 우려 키워

미국 뉴욕의 한 애플스토어 앞에 애플 로고가 빛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경쟁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이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AI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경쟁사들의 몸집이 커지는 동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해 온 애플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7% 오른 336.91달러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4조9,480억 달러(약 7,260조 원)로 불어나며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애플이 정상에 복귀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반면 지난해 6월부터 줄곧 시총 1위를 지켜온 엔비디아는 이날 약 5% 하락한 196.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4조7,560억 달러(6,972조 원)로 줄며 애플에 왕좌를 내줬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엔비디아가 우위를 유지했지만 양사 주가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순위가 뒤집혔다.

빅테크, AI 투자로 과도한 재무부담

‘애플의 역전’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AI 열풍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애플을 ‘AI 지각생’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과도한 AI 투자 경쟁에 휘말리지 않은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규모 차입이나 공격적인 설비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은 올해에만 7,240억 달러(약 1,061조 원)에 달하고 내년에는 9,500억 달러(약 1,393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언제 연결될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운영체제(OS) 베타 버전에 탑재된 차세대 음성비서 시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힘을 보탰다. 그동안 AI 경쟁력 부족을 지적받았던 애플이 뒤늦게나마 AI 서비스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일종의 안전자산”

제이 우즈 프리덤캐피털마켓츠 수석 시장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에 “애플은 한때 AI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 덕분에 자본지출과 관련한 함정 몇 가지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니얼 뉴먼 퓨처럼그룹 최고경영자(CEO)도 “사람들은 AI 관련 주식은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애플은 마치 지수를 보유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며 “애플은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경영권 교체를 한 달여 앞두고 시총 1위를 탈환한 점도 눈에 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9월 물러나 집행의장으로 이동하고, 하드웨어 부문을 이끌어온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SVP)이 차기 CEO를 맡을 예정이다.

#엔비디아#인공지능#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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