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어울리는 송별”… ‘매파’ 그레이엄 장례에 초당적 애도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트럼프 추도사… “진정한 미국인”
정치 양극화 속 ‘협치’ 상징 평가

28일 미국 워싱턴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린지 그레이엄 전 미 연방 상원의원의 장례식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전쟁을 옹호했던 초강경 ‘매파’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전 미국 연방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초당적인 애도 속에 28일(현지시간) 엄수됐다. 갈수록 양극화하는 정치 환경에서 고인이 협치를 구현하려 애썼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故) 그레이엄 전 의원은 생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 우군으로 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의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존경받는 정치가이자 상원의 거인, 진정한 미국인(true American original)”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30년 넘게 이 수도에서 린지 그레이엄이 알지 못하는 중요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세계 어디에서도 린지 그레이엄이 의견을 갖지 않은 중요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전 의원의 생전 영향력을 부각한 것이다.

71세를 일기로 11일 갑자기 별세한 고인은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을 상대로 전쟁도 불사할 것을 주장한 강경 보수 정치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도로 매파적인 인물이었다”고 그레이엄 전 의원을 평가하며 “그가 싫어하는 전쟁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레이엄 전 의원이 고집불통은 아니었다고 조문객들은 입을 모았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호탕하고 전염성 강한 웃음이 그의 매력이었다”며 “그는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미 연방 상원의 존 슌(사우스다코타) 집권 공화당 원내대표는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한뜻으로 여기 모였다”며 “린지와 함께 갖는 상원 만찬이 더는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전 의원이 당파를 막론한 추모의 대상이 된 것은 그가 ‘의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을 밀어붙이자 초당적 합의를 촉구했고 민주당 견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우회하도록 지시할 때도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 정치가 점점 적대적이고 험악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렇게 광범위한 애도를 불러일으킬 의원이 과연 얼마나 더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공화·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들뿐만 아니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도 참석했다. 미 NBC방송은 “그레이엄이 2016년 대선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화요일 송별(send-off)은 대통령에게나 어울리는(fit for a president) 행사였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전 의원 시신은 29일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로 운구된다.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예배가 열린 뒤 가족만의 비공개 장례식을 거쳐 안장된다.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ko_KR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