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BMI 정상이어도 내장지방 때문에 대사질환 위험 높다

변태섭 기자

체질량지수만으론 비만 판단에 한계
“장기 기능 이상 나타나는지가 중요
아시아인 특성 반영한 진단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약 8억 명이 비만이라고 추정되는 가운데, 아시아인의 비만을 진단할 때는 체질량지수(BMI)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왔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는 체지방의 양이나 분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실제 건강 위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런 한계는 아시아인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시아인은 BMI가 정상 범위에 속하더라도 내장지방과 간·췌장 등에 축적되는 지방이 많다. 장기 주변에 쌓인 지방은 혈당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당뇨병과 지방간, 심혈관 질환 같은 심각한 대사질환의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맞물려 근육량은 줄고 지방은 느는 ‘근감소성 비만’까지 증가하며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BMI가 정상 범위(18.5~22.9)에 속하는 한국 성인의 약 32%가 대사질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은 아시아인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비만 진단 기준인 ‘임상적 비만병’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된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새 기준은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니라 합병증 동반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체지방은 많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합병증이 없는 상태는 ‘비만 전 단계’, 체지방 과다 때문에 중요 장기의 기능 이상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는 ‘임상적 비만병’으로 구분했다. 진단은 체지방 과다 확인, 장기 기능과 합병증 평가, 임상적 비만병 확진의 3단계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허리둘레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신장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치료 접근법 역시 진단 단계에 따라 세분화한다. 아직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비만 전 단계에서는 식단 관리와 운동 같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주력한다. 반면 이미 합병증이 나타난 임상적 비만병 단계에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투여나 비만대사수술처럼 보다 적극적이고 의학적인 개입이 권장된다. 체중 감량은 물론 동반된 합병증까지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아시아인은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더라도 내장지방과 간·췌장 지방 축적 때문에 당뇨병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며 “비만 진료의 중심을 체중계 숫자에서 벗어나 체지방의 양과 위치, 장기 기능, 환자의 실제 건강 문제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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