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까지 나가 환대했지만… 트럼프·시진핑 회담 성과, 서로 말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 외 1명

무역휴전 2개월 연장·관세인하 합의
AI 샅바 싸움 여전히 팽팽
희토류·석탄·군사 MOU 언급 없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25일(현지시간) 사흘간 이뤄진 정상회담을 마치고 양국은 각각 공식발표를 통해 회담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희토류와 인공지능(AI), 대만 등 경제 및 국제 현안에서 적지 않은 온도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공항까지 나가 영접하는 등 극진한 환대를 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26일 백악관 팩트시트와 중국 신화통신 발표문에서 각각 공개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살펴보면, 두 정상은 ‘존중·공정·상호주의(respect, fairness, and reciprocity)에 기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에 양국이 합의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올해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내세웠던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앞머리에 ‘존중·공정·상호주의에 기반한’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다 동등한 관계 설정을 요구한 시 주석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서로 참석하며 다시 만나기로 한 것도 공통 성과다. 이란과 관련해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 금지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어떤 국가도 국제 수로 통행에 통행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무역 분야에서 이뤘다. 양측은 각각 300억 달러(약 40조8,000억 원)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협상 성과를 연장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당초 11월 10일 만료 예정이던 무역 휴전은 내년 1월 10일까지 두 달 더 연장됐다. 당초 중국은 2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측 요구로 2개월 연장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AI 역시 대화 채널 구축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다. 양국은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는 ‘미중 AI 대화’를 신설해 11월 후속 협의를 이어가고, 사고 발생 시 소통할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밖에 마약단속 공조에서도 신종 향정신성 물질·전구체 화학물질 관련 사건을 공동 적발해 미중 양국에서 수십 명을 체포하는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고 중국 측은 밝혔다.

미국·중국 정상회담 결과 발표 내용 비교. 그래픽=강준구 기자

하지만 주요 핵심 쟁점에 관한 정상회담 성과에선 양측의 설명이 엇갈렸다. 우선 미중 최대 통상 현안인 희토류는 중국 측 발표에서 아예 빠졌다. 백악관은 “공급망 부족 우려 해소를 위한 협의를 계속하며 적정 공급량 회복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희토류라는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절반 이상, 정제·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 과정에서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수출 통제를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또 백악관은 중국이 2027·2028년 각각 미국산 석탄 최소 1,000만 톤(총 2,000만 톤)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이 구매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AI가 국가 최고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AI 샅바 싸움’도 더 팽팽해졌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두 정상은 관련 신기술을 지칭할 때 AI 대신 슈퍼인텔리전스(SI·Super Intelligence)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발표에는 ‘SI’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 시 주석도 정상회담에서 “중미는 모두 AI 대국”이라며 ‘AI’ 용어를 고수했다. AI 규제를 놓고도 입장 차가 뚜렷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며 새 규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반면, 시 주석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관리·규제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 현안에서도 비대칭이 감지됐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러시아·북한·이란 등 현안을 논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중 3자 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중동·우크라이나·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만 전했을 뿐, 3자 군비통제 구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대로 중국은 양국 군이 위기 소통·충돌 예방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조속히 체결하고, 중국 내 미군 실종자 유해 수색 협력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군사 MOU 계획은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담기지 않았다.

중국 측에 가장 민감한 대만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양측 발표 내용에는 모두 빠졌다. 신화통신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미국이 기존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명시적인 ‘독립 반대’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요구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직후에는 대만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이 매우 강경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시진핑#인공지능#미중정상회담#희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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