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해킹도 버틴 바이낸스… 국내 코인 거래소 ‘자금력 시험대’
바이낸스 전액 보상 방침에 “자금 안정화”
국내 거래소 보험·준비금은 1850억 수준
거래대금 54.6% 줄면서 대응 여력 위축

3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가상자산 거래소 생존 경쟁에서 피해 보상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해킹으로 실제 고객 자산이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법정 준비금만으로는 대규모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해킹 사고 이후 고객 이탈까지 이어질 경우 거래소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피해 보상 여력도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3일 “시간당 입금액이 출금액을 넘어섰다”며 “이용자 활동이 개선되고 자금 흐름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8조 원대 해킹 사고가 발생했지만, 회사가 전액 보상을 약속하고 지난달 30일 기준 탈취 자산의 95%를 보전할 재원을 확보하면서 자금 유출세가 진정된 것이다. 바이낸스 연간 매출액이 100억~2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막대한 손실에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허이 바이낸스 공동창업자는 사고 직후 “연간 매출만으로 해킹 피해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제는 국내 거래소에서 대규모 자산 탈취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바이낸스와 같은 대응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9월 말 기준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보험·준비금은 1,8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원화 예치금과 가상자산 합산액(80조4,175억 원)의 0.23%에 불과하다.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조치다. 현행 규정상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고 발생 시 책임 이행을 위한 보험·공제에 가입하거나 최소 30억 원의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형 사고에 따른 손실액을 모두 보전하기엔 턱없는 금액인 셈이다.
거래 침체로 국내 거래소 수익이 악화한 점도 부담이다. 거래대금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 대응 여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통계전문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거래소 거래대금은 총 3,665억8,46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8,069억5,402만 달러)보다 54.6% 줄었다. 1년 새 4,403억6,942만 달러가 증발한 셈이다.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두나무 영업이익(약 1,115억 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7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빗썸 영업이익도 83.4% 줄었다.
특히 해킹 피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거래소에서는 이용자 이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국내 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프라뱅을 둘러싼 우려가 대표적이다. 프라뱅은 지난달 26일 해킹 공격으로 1억 원 규모 자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 자산 전액을 회사 자금으로 보전한다는 입장이지만 매출액 등 재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이어서 실제 보상 여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프라뱅과 같은 소형 거래소를 상대로 한 해킹 공격이 반복되거나 피해액이 불어날 경우 보전을 위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입법을 통해 이용자 보호 장치를 보다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준비금 적립이나 보험 가입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라면서도 “대규모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선 사고 예방부터 피해 최소화, 신속한 대응까지 보다 다층적인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전유진 기자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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