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그린스펀에 엇갈린 평가…”번영 이끌어” “금융위기 책임회피”

前 연준의장 별세에 경제인사들 추모
후임 의장 버냉키 “여전히 배워” 애도
WSJ “그린스펀, 금융위기 책임회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 별세했다. 사진은 2015년 4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브루킹스연구소 포럼 도중 연설을 하고 있는 그린스펀 전 의장.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4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내며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세상을 떠나자 경제계 인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후임이었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미국의 번영을 이끈 위대한 총재”라며 그를 애도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린스펀 전 의장을 따라붙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별세한 그린스펀을 향한 경제계 인사들의 추모사를 소개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그가 의장으로서 18년간 보여준 탁월한 업적은 길이 남을 유산을 남겼고, 연방준비제도와 경제학 분야, 공공 서비스에 대한 헌신은 여러 세대의 중앙은행 관계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 재임 시절 잉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를 양적 완화를 동원해 극복하며 ‘소방수’ 역할을 했던 후임 버냉키 전 의장도 추도의 말을 남겼다. 그는 그린스펀에 대해 “거의 20년 동안 미국이 번영을 누리도록 이끈 위대한 중앙은행 총재였다”고 평가하며 “그는 항상 자신의 시간과 통찰력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1987년 8월~2006년 1월 연준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네 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연준의 위상과 영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1991년 3월부터 시작된 10년간의 미국 경제 호황과 주가 급상승은 그의 주된 업적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까지 안정세를 보이는 ‘성장과 번영의 시대’가 이어지면서 ‘마에스트로'(거장)라는 별명도 붙었다.

다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 역시 지배적이다. 특유의 반규제 성향과 통화완화 정책이 자산시장 전반의 거품을 부추겼고, 그 결과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듬해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정책 기조를 비판했던 WSJ는 이날 ‘그린스펀이 ‘거장’이라는 신화’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다시 한번 그를 직격했다. WSJ는 당시 그린스펀이 과도한 신용대출과 양적 완화정책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무시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정작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에는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고 날을 세웠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인 2008년 10월 미 의회에 나와 “충격에 휩싸여 믿을 수 없었다”고 한 그린스펀의 발언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 위기라는 인식을 부추겨, 규제 의무 등을 위반한 정치권의 책임을 면제해 준 것이라 지적했다. 매체는 “언론에서는 그린스펀이 금융규제를 충분히 지지하지 않았다는 단점만 제외하면 위대한 총재였다고 칭송하지만, 이러한 서술은 그의 진정한 성공과 실패를 가리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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