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서 미·이란 교전… 위태로운 휴전, 멀어지는 ‘종전’

4일 이란 반관영 이스나통신이 보도한 사진에서 이란 국적의 예인선 바심호가 이란 남부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해 있는 선박 근처를 항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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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석유 시설에 화재, 오만도 공습
이란 “정치적 위기에 군사 해결책 없다”
“‘미 ‘빠른 종전’ 구상, 틀린 것으로 판명”

아라비아해를 항행 중인 미 해군 상륙함 USS 트리폴리(LHA 7)에 승선한 한 장교가 관제탑에서 비행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이 빠져나오도록 돕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4일부터 실시한 가운데,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 사진을 엑스(X)에 올렸다. 미 중부사령부 X 캡처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던 미국과 이란이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서 교전을 벌였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의 탈출을 유도하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에 착수하자마자 이란이 공격했고, 미국이 맞대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두고 “작은 전쟁”으로 일축했지만, 무력 공방 재개로 휴전은 더욱 위태로워졌고 미국의 종전 구상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미국, 이란 고속정 7척 격침”
미군은 프로젝트 프리덤에 착수한 이날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고, 우리(미국)는 소형 선박, 혹은 그들이 흔히 말하는 고속정 7척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도 이날 이란군이 무인기(드론)와 소형 고속정 등을 이용해 공격을 가했고, 미군이 이에 맞서 시호크·아파치 헬기 등을 동원해 이란 고속정들을 격침했다고 엑스(X)를 통해 밝혔다. 프로젝트 프리덤에 착수한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들을 빼내려 하고 이란이 이를 저지하면서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교전을 벌인 셈이다.
이란은 즉각 경고장을 날렸다.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최고사령관은 국영 IRIB방송에 “호르무즈해협에 접근하거나 진입하려는 모든 외국 군대, 특히 미군은 표적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X를 통해 “(이 사건은) 정치적 위기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다시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이 빠져나오도록 돕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4일부터 실시한 가운데, 미 중부사령부가 해당 작전에 참가한 시호크 헬기 사진을 엑스(X)에 올렸다. 미 중부사령부 X 캡처
지난달 7일 휴전 이후 중단됐던 이란의 걸프(페르시아만) 지역 공격도 재개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날 X를 통해 “오늘 UAE 방공 시스템이 이란발 미사일 15기, 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UAE 동부 푸자이라 당국은 드론 1대가 푸자이라 석유 시설에 화재를 일으켜 인도인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오만만에 위치한 푸자이라는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영국군도 UAE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 2척이 불타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만 당국도 호르무즈해협 인근 주거용 건물이 공습을 받아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다치고 차량 4대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4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촬영된 사진에서 선박 추적 웹사이트 화면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앞에 한 사람이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이동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니코시아=AFP 연합뉴스
“‘작은 전쟁’ 발언, 이란 행동 눈감는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무력 충돌을 축소하려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나는 이를 ‘작은 전쟁’이라 부른다”며 “(이 갈등은) 작은 우회로일 뿐이며, 상황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이번 행동을 눈감아 줄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미국의 ‘빠른 종전’ 구상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중동학 교수 발리 나스르는 WSJ에 “전쟁 초기 트럼프의 ‘이란을 폭격하면 빠르고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며 “그는 이제 미국이 공습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란이 핵 문제에 대해 양보할 의사가 없는 것에 깊은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공습 재개와 외교 지속이라는 선택지 모두 종전을 원하는 미국에 쉬운 해결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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